19% 폭등한 아파트 공시가격…반발도 '역대급' 예고

입력
2021.03.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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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8% 증가 지난해 의견제출 3만7000건
대부분 9억 원 초과 주택의 "내려달라" 요구   
수용률은 단 2.4%


정부가 ‘2021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평균 19.08% 끌어올리면서 시장의 반발이란 후폭풍이 몰아칠 조짐이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아파트 단지들에선 어느 해보다 집단 의견제출이 쇄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 수용률과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감안하면 조정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국토교통부는 16일 0시부터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를 통해 전국 공동주택(아파트 및 연립·다세대주택) 1,420만5,075가구의 공시가격 열람에 들어갔다. 공시가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소유자는 해당 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시·군·구청 민원실과 한국부동산원 각 지사를 방문하거나 우편·팩스로도 제출이 가능하다.

이날부터 시작돼 아직 건수가 취합되지 않았지만 국토부나 부동산 업계는 2007년(22.7%) 이후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뛰어 의견제출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 공동주택 평균 공시가격이 5.02% 증가한 2018년 1,290건이었던 의견제출은 5.23% 늘어난 2019년 2만8,735건으로 급증했다. 상승률이 5.98%였던 지난해에는 전국 2,757개 단지에서 무려 3만7,410건이 쏟아졌다.

올해는 전년 대비 공시가격 증가폭이 네 배에 육박하고 공시대상이 1,383만 가구에서 1,420만5,000가구로 늘어 의견제출도 그만큼 증가할 환경이 조성됐다. 여기에 종부세 부과 대상인 9억 원 초과 공동주택은 지난해 30만9,361가구보다 21만5,259가구(69.6%) 많아진 52만4,620가구에 이른다.

지난해 의견제출 중 공시가격을 '높여달라'는 요구는 2,124건(5.7%)에 그쳤다. '내려달라'는 게 3만5,286건(94.3%)이었고, 이 중 2만7,778건을 9억 원 초과 공동주택 소유자들이 제출했다. 전년 대비 개별 민원은 줄었지만 172개 단지에서 낸 집단민원(2만5,327건)이 공시가격 하향 요구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는 개정 종합부동산세법 시행으로 6월 1일 기준 종부세율이 기존 0.6~3.0%에서 1.2~6.0%로 높아져 9억 원이 넘는 단지들을 중심으로 벌써부터 집단 의견제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의 의견 수용률은 2018년 28.1%에서 2019년 21.5%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2.4%에 그쳤다. 3만7,410건 중 915건만 반영된 것이다. 여기에 의견제출과 비슷한 위치 및 조건의 가구들을 직권정정(2만7,532가구)해 총 2만8,447가구의 공시가격이 조정됐다. 2019년 13만5,013건과 비교하면 전체 조정 건수가 5분의 1로 급감했다. 일각에선 “증세를 위한 꼼수”라고 주장했지만 국토부는 “사전에 공개한 산정기준에 따라 제출된 의견을 엄격히 검토한 결과 수용률이 낮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올해부터 5~10년간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시세의 90%까지 올라간다. 이를 근거로 시장에선 "지난해에 비해 의견 수용률이 높아질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예상한다. 때문에 공시(4월 29일) 이후 주택 소유자들의 이의신청이 급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반면 국토부 관계자는 "공시가격 현실화율보다는 90%가 단순 민원이라 수용할 수 없는 것"이라며 "올해는 처음으로 외부검증단도 참여하는 만큼 의견제출이 아무리 늘어도 철저히 검증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