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안보 부처 '투 톱'인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17, 18일 한국을 방문한다. 둘의 방한은 15일 일본 방문을 시작으로 18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리는 미중 고위급 회담으로 끝나는 순방 일정의 '징검다리' 격이다. 중국 견제 의미를 담은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3각 협력 체제 복원이 한국에서 논의할 주요 의제다. 5년 만에 열리는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에선 대북 공동 메시지를 발신할 전망이다.
블링컨·오스틴 장관은 2박 3일의 일본 방문 일정을 마치고 17일 경기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한다. 이날 오후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과 각각 1 대1 회담을 한다.
미 국무부는 이번 순방 전부터 미일 동맹과 한미 동맹, 한미일 3자 협력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중국 포위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한미일 3각 협력이 필수적이란 게 미국의 판단이다. 이에 한미일 3자 안보 협력의 걸림돌인 한일 과거사 문제도 두 장관의 방한 일정 중에 언급될 수 있다.
18일에 열리는 외교·국방 2+2 장관 회담에선 대북정책 조율 작업이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성 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행은 지난 12일 "블링컨 장관의 이번 순방은 미국의 대북 정책 검토 과정에서 동맹들이 고위급의 의견을 제공할 수 있는 커다란 기회가 될 것이다. 몇 주 안에 재검토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두 장관의 이번 방한에서 한미 간 막판 대북 정책 조율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한국 정부는 북미 간 6·12 싱가포르 합의 이행을 원하고,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진행한 비핵화 협상에 부정적인 만큼 대북 메시지 조율이 순조롭진 않을 전망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6일 "3년 전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한미를 동시에 비난한 것에 미국이 얼마나 예민하게 대응할지도 변수다.
블링컨·오스틴 장관이 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가 참여한 안보연합체인 '쿼드(Quad)'에 대한 한국의 동참을 요구하고 떠날 것이란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16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미국으로부터 공식 제안이 없었고, 이번에도 그런 제안을 하지 않을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단, 외교부 당국자는 "회담 의제를 디테일하게 사전 조율하진 않았다"면서 돌발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까지 배제하진 않았다.
이 밖에 중국의 신장위구르 지역에 대한 인권 탄압 문제와 북한 인권 문제, 미얀마 사태에 대한 양국의 의견이 개진될 수 있다. 한미 장관들은 2+2회담 직후 지난 10일 타결된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가서명식에도 배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