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저주? 게임 체인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복잡한 셈법

입력
2021.03.1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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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롯데 이어 SK텔레콤 참전
조 단위 매각가 부담…인수 후 시너지 관건
네이버·신세계 지분교환 등 '쿠팡 방어' 고심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의 판이 커졌다.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돼 온 신세계와 롯데 등에 이어 SK텔레콤까지 가세했다. 다만 5조원에 육박하는 가격이 걸림돌이다. 자칫 '승자의 저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아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득실을 따져보는 물밑 작업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날 마감된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에는 신세계와 롯데, SK텔레콤, 홈플러스 최대 주주인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검토를 위해 투자설명서를 받아갔던 카카오는 장고 끝에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비입찰 단계라 참여사들은 일단 이름을 올려두고 이베이 경영 지표 등에 대한 면밀한 실사 작업에 돌입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본입찰까지 염두에 둔 진성 원매자와 경쟁사 동향 파악을 위한 이른바 간보기식 참여자까지 혼재돼 있다"며 "인수전을 끝까지 완수할 기업 윤곽은 하반기에 가려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베이 인수 시 단숨에 쿠팡 위협

G마켓·옥션·G9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국내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계 3위 기업이다. 지난해 거래액은 20조 원(점유율 12%)으로 추정된다. 2위인 쿠팡(20조9,000억 원·13%)과 시장 점유율 차이는 단 1%포인트다.

물류센터를 활용한 직매입 기반이라 비용이 많이 드는 쿠팡과 달리 이베이는 플랫폼 공간만 내어주는 오픈마켓 모델로 e커머스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다. 매달 꼬박꼬박 돈을 내는 유료회원만 300만 명이다. e커머스는 고정 트래픽(접속량) 싸움이라 이베이 인수 시 미국 뉴욕증시 상장 후 5조 원의 자금을 수혈받은 쿠팡의 거침없는 공세에 맞대응할 덩치를 키울 수 있다. 이베이가 e커머스 격변기의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이유다.


추가 투자·성장 정체는 부담 요인

이베이 측의 매각 희망가는 5조 원 수준이다. 수익성과 충성고객이 확보돼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지만 실적 하락세와 인수 후 추가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건 상당한 부담이다.

2010년 20%에 달했던 이베이 영업이익률은 2015년 10%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수혜에도 6%대에 그쳤다. 플랫폼 영향력과 브랜드 평판, 배송 및 상품 차별화 등에서 네이버, 쿠팡에 밀려난 결과다. 매각을 염두에 두고 최근 몇 년간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영향도 있다.

SK텔레콤과 신세계 등이 이베이 인수를 검토하며 사모펀드나 전략적투자자와의 컨소시엄 설립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도 조 단위를 써야 한다는 부담과 추가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득실계산 핵심은 시너지 효과

결국 인수 실효성은 기존 사업 방향과 연계 효과가 커야 한다는 뜻이다. 카카오가 불참으로 튼 것도 가격 대비 결합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내 '쇼핑 탭' 안에서 e커머스 사업을 전개 중이다. 단순 가격 비교보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반 쇼핑을 지향해 일반적인 오픈마켓과의 시너지가 쉽지 않다는 시각에서다.

신세계그룹 통합몰 SSG닷컴의 경우 오픈마켓으로의 전환을 준비했지만 개방 후 상품 관리 부실로 인한 문제 등을 우려해 뒤로 미뤄뒀다. 이베이는 패션, 뷰티, 식품, 가전 등 상품 소싱 경쟁력이 높은 편이라 오픈마켓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네이버와 지분 맞교환으로 맺은 '반(反)쿠팡' 혈맹은 이마트 신선식품 배송에 네이버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식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돼 SSG닷컴 경쟁력은 별도로 키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11번가를 가지고 있는 SK텔레콤은 아마존과 협력해 상품 수는 늘릴 수 있어도 6%에 머무는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트래픽이 필요하다. 롯데 역시 그룹 통합몰 롯데온 부진으로 '세 불리기'가 급한 상황이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인수 금액 이외에 전통 오픈마켓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셀러(판매자) 확보, 물류 인프라 추가를 통한 배송 편의성 향상, 기존 플랫폼과의 시스템 통합 등 추가 투자가 필요해 단기적인 불확실성은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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