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농지법, 주말농장 등 경자유전 원칙에 예외 많아 적발 어려워"

입력
2021.03.15 16:00
부동산 전문 김예림 변호사
"농지법상 16가지 예외, 비농업인 소유 늘어"


농사짓는 이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은 1949년 농지개혁 이후 우리 헌법에서 빠지지 않고 있다. 일본 식민지 시대까지 내려온 지주와 소작농의 관계를 무너트리고 농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핵심 원칙이었다.

하지만 현재 농지법에 있는 총 16가지의 예외 조항은 비농업인의 합법적 농지 보유 및 보유 증가를 막지 못할 뿐 아니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신도시 투기와 같은 투기적인 농지 소유를 막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인 법무법인 정향의 김예림 변호사는 15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현행 농지법에는 농업인이 아니어도 농지를 보유할 수 있는 예외 사유가 너무 많고 농사를 짓는다는 행위와 농업인에 대한 규정도 애매하다"며 관리 감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농지를 투기의 목적으로 삼으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재산권 제한이 되어야만 하는 건 맞다"면서도 "투기 수요를 막는 것과 개인의 재산권 침해를 어느 정도 과도하게 하지 않는 것 그 중간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아야 된다"고 말했다.


16개 예외 중 '상속' '주말농장' 등이 핵심요인



김 변호사에 따르면 농지법상 농업인이 아니어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경우는 16가지다. 이 중에 대표적으로 문제가 되는 조항은 ①사망 후 상속자가 비농업인이어도 농지 소유가 가능 ②일명 '주말농장'으로 불리는, 취미농도 면적 1,000제곱미터(㎡) 미만 농지를 취득자격 증명 없이 매입 가능 ③이농(다른 농지로 옮김) 후에도 기존 토지를 소유한 경우 유지 가능 ④다른 농업인에게 임대차 및 사용대차 등이다.

상속 규정은 1996년 입법 때부터 있었고 전업 농업인이 줄어들면서 비농업인이 보유한 농지가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원인이 됐다. 또 2002년 도입된 주말농장의 합법화도 영향이 있다.

김 변호사는 "다른 농지와 달리 1,000㎡ 미만이면 농지취득자격 증명 등이 없어도 취득이 가능하기 때문에 (투기 목적 등)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라면서 "실제로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농지 소유를 계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농업인이 아닌 농지 보유자들은 용도 변경을 통한 시세차익을 노리거나, 주변 개발 시 보상 등을 염두에 두고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김 변호사는 "토지 보상이 이뤄지는 곳에 가면 보상 컨설팅 업체가 꽤 있다고 한다"며 "이번 LH 사례처럼 나무 심기나 쪼개기 같은 것들은 보상금을 높이거나 시세 차익을 높이기 위해 일반적으로 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무늬만 농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김 변호사는 "매입자가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하고 농지취득자격 증명을 받고 농지를 취득한 후에는 계획에 따라서 실제 농사를 짓고 있는지 사후 관리가 잘 이루어져야 하는데 잘 되지 않고 있어 허위가 많고 적발이 어렵다"고 했다.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