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판단하는 힘이 관건"

입력
2021.03.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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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 요시모토 다카아키


요시모토 다카아키(吉本隆明, 1924.11.25~2012.3.16)는 일본 신좌파운동의 나침반이고 모터였다. 그는 1959~1960년 일본 전학련이 주도한 미일상호안보조약 개정 반대투쟁(안보투쟁) 연단에서 1980년대 한국의 백기완 같은 투지와 열정으로 학생들을 이끌었고, 일본공산당의 타협적 권위주의적 행태에 환멸을 느낀 뒤 유명한 에세이 '의제의 종언'으로 제도권 좌파와 결별하면서 신좌파운동의 깃발을 올렸다.

적군파식의 극좌에서부터 '남쪽으로 튀어'의 주인공이 몸담았던 '혁마르파(혁명적 마르크스주의파)'의 트로츠키주의까지 다양한 분파를 이룬 일본 신좌파를 한마디로 정의하긴 힘들다. 다카아키는 이 분파들의 공통 분모였던 '탈주류-탈권위'의 상징이었다. 시인이자 비평가로서, 즉 지식인으로서 그는 평생 독립독행하며 제도화한 모든 정치집단과 거리를 두었다. 그는 개인주의자였다.

영세 조선소 경영자의 아들로 태어나 전쟁을 겪으며 마르크시스트가 됐고 직장 노조활동으로 해고되기도 했던 그는 1950년대 무렵부터 전업작가로 전환, 시와 비평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문학적 영향력과 공산당의 조직력을 개혁의 동력으로 활용했지만, 안보투쟁으로 권위적 당지도부와 불화하며 탈당, 문화 시사잡지 '시행(試行)'을 창간해 1997년까지 30여 년간 사실상 혼자 발행했다.

1968년 출간한 '공동환상론'은 그의 주저로 꼽히지만, 완독한 이가 드물다는 평이 있을 만큼 난해하다고 한다. 한 일본학자의 평을 빌리자면 "국가란 (우파의 해석처럼) 사회계약의 산물이나 (좌파가 말하는) 부르주아지의 폭력장치가 아닌, 공동의 관념이 만들어낸 픽션"이라는 게 책의 요지라고 한다. 그 대척점에 '개인', 엄밀히 말하면 주체가 존재했다. 그가 청소년을 위해 썼다지만 어른들이 먼저 읽어야 할 책 '십대를 위한 다섯 단어'의 2부 소제목이 '나라는 고유명사'다.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14세 무렵부터는 신문을 읽으며 스스로 세상을 판단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