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사건 수사팀장 "공수처장 '수사만 이첩' 논리, 해괴망측"

입력
2021.03.15 11:41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 이프로스 글
'공수처가 기소 여부 판단' 입장 정면 반박
법무부의 '검사 파견 연장' 불승인도 비판
김진욱은 "어제 입장 그대로" 거듭 재확인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출금)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 수사팀장이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의 ‘검찰 수사 후 공소제기 결정은 공수처가 하겠다’는 입장을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은 15일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공수처장이 사건을 재이첩하면서 공문에 수사지휘성 문구를 떡 하니 기재해 놓고, 이후 쏟아지는 질문에 수습이 되지 않으니 ‘사건이 아니라 (수사)권한(만) 이첩한 것’이라는 해괴망측한 논리를 내세웠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금 사건 중 검사 연루 부분을 지난 12일 검찰에 재이첩하면서 ‘수사완료 후 공수처가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사건을 송치하라’고 요구한 대목을 문제 삼은 것이다.

앞서 공수처는 공수처법의 '검사 사건 의무이첩' 조항에 따라, 이달 3일 수원지검으로부터 이 사건과 관련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규원 검사가 연루된 부분을 넘겨받았다. 그러나 아직 공수처 수사인력이 제대로 꾸려지지 않는 등 수사 여건이 미비한 현실론을 감안, 9일 후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했다. 그러면서도 ‘공소’ 부분은 여전히 공수처 관할이라는 주장을 폈다. 전날 공식 입장문에서 같은 입장을 재확인한 김 처장은 이날 출근길에서도 ‘송치 요청 적절성 논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어제 입장문에 쓰여진 대로”라고 답했다. ‘공소제기 결정은 공수처의 몫’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 셈이다.

이 부장검사는 이 같은 공수처의 요구를 정면 반박하는 수사팀 명의 보고서 파일도 게시글에 첨부했다. 그는 “본의 아니게 다른 (검찰) 동료들보다 공수처법을 먼저 검토하게 된 입장에서 향후 업무 처리 과정에서 참고하시라는 취지로 보고서를 올린다”며 “보고서는 수사팀 의견일 뿐이니, 공수처법 해석과 관련해 더 좋은 의견이 있으면 꼭 알려주셨으면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하면 공수처는 더 이상 그 사건에 관여할 권한이 없고, 이번 송치 요청은 법적 근거가 없는 수사지휘권 행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부장검사는 이와 함께,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수사팀 파견검사 2명의 파견 기간을 연장해 주지 않은 데 대해서도 불만을 표했다. 그는 “직무대리 요청 절차 하나 제대로 밟지 못하는(?) 부족한 팀장을 만나는 바람에 수사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떠나는 두 후배에게 미안하기 짝이 없다”며 “남은 수사 인력만으로도 제대로 수사가 마무리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하신다니, 그리 해야겠고 실제로도 그렇게 되겠지요”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하지만 두 후배들과 야식 시켜 먹던 게 벌써 그리운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이제 (수사팀에) 몇 명 안 남아서 통닭 한 마리 시키면 절반은 남겠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