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투기 논란 LH, '아니꼬우면 이직해라' 글쓴이 색출·고발키로

입력
2021.03.14 20:54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한 비판이 일자 '아니꼬우면 (LH로) 이직하라'는 등의 조롱성 글을 올린 작성자를 색출해 처벌하기로 했다.

LH는 지난 9일 직장인 익명 앱(app) 블라인드에 회사 명예를 실추시키는 내용의 글을 올린 작성자를 명예훼손과 모욕,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작성자는 지난 9일 블라인드 게시판에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이 작성자는 익명에 기대어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진다",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 '꼬우면 니들도 이직하든가' 등의 글을 올려 국민적 공분을 샀다.

블라인드에 가입하려면 해당 회사의 이메일 계정으로 인증을 받기 때문에 글쓴이는 LH 직원으로 여겨졌다.LH는 당시 글쓴이가 현직 직원이 아닌 전직 직원이거나 계정을 도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회사 내부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글이라고 해명했다.

LH는 "허위사실 기반의 자극적인 글이 게시된 뒤 다수의 언론에 보도되면서 공사의 명예가 현저히 실추됐고, 이로 인해 사태 수습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 저해됐다"며 "이 글은 부적절한 언사로 LH 직원과 가족, 전 국민을 공연히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했다"고 말했다.

LH는 이로 인해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하며 3기 신도시 등 정부의 핵심 정책 추진을 방해했다고 판단해 수사기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말했다.LH는 게시글 작성자가 LH 직원임이 밝혀질 경우 즉각 파면 등 징계 조치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 추가 확인을 통해 수사 의뢰 등 법적 조치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법조계에선 이번 사안에 대한 처벌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의 경우엔 피해자가 특정돼야 하지만, 이번 사례에선 모욕이나 명예훼손으로 볼 만한 표현이 있다고 해도 피해자를 지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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