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LH간부 잇단 사망에도 투기 수사 고삐… 지자체도 칼 빼들어

입력
2021.03.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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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사망했지만 관련 수사는 계속"
세종시, 자진 신고 공무원 수사 의뢰
강원도·전주시·하남시도 고강도 조사
극단적 선택 LH 본부장 빈소 '적막감'


경찰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투기 의혹 수사에 고삐를 죄고 있다. 의혹의 중심에 선 당사자는 물론 친인척과 지인들의 차명거래까지 파헤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수사가 본격화하는 중에 LH 간부 2명이 잇따라 숨지면서 당혹스러운 기류도 감지된다.

14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경찰이 중심이 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투기 의혹 대상자 20명 전원에 대한 고강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모두 특수본이 수사 의뢰한 LH 직원들이다. 20명 중 16명은 경기남부청에서 수사 중이며,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2명)와 경기북부청(1명), 전북경찰청(1명)도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수사 의뢰나 고발된 20명 이외에 자체 첩보를 통해 100여 명을 수사대상으로 정했다.

경찰은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LH 임직원 2명의 사인도 분석하고 있다. 2명 모두 정부가 의뢰한 수사대상자 명단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지만, 경기북부청은 13일 숨진 LH 파주사업본부 간부 A씨와 관련한 투기 의혹은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가 부동산 투기 의심자로 보인다’는 내용의 첩보를 접수받아 관련 내용을 분석 중이었다. 시신이 발견된 컨테이너는 그가 2019년 2월 구입한 토지에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극단적 선택을 한 LH 전 전북본부장 B씨의 빈소가 마련된 전북 전주시 완산구 장례식장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LH 직원들도 B씨 죽음에 안타까움을 표했지만 말은 아꼈다. 전북본부 관계자는 "회사 일이라면 물불 안 가리고 열심히 뛴 선배였는데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유가족은 빈소를 찾아온 취재진에게 "토지등록대장을 보면 다 알 것인데 왜 죄없는 사람을 투기꾼 취급하냐"며 격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B씨는 경기 분당의 소형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었으며,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LH 공무원 사망과 관계없이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LH 공무원 이외에 전철역 예정지 인근 토지와 건물을 사들인 포천시 공무원과 돈을 받고 경매 강사로 활동한 LH 서울지역본부 소속 직원, 3기 신도시 예정지역인 시흥 과림동 일대 토지를 매수한 시흥시의원에 대한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앞다퉈 투기 공무원 색출에 칼을 빼들었다. 세종시가 ‘부동산 투기 특별조사단’을 꾸려 공직자 부동산 투기 행위 전수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2018년 세종시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지정 6개월 전 해당 지역 부지를 매입한 공무원 가족 3명이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세종시에 따르면 시청 직원이 '공직자 부동산 투기신고센터'를 통해 스마트 국가산단 내 연서면 와촌리 지역 부동산을 구입했다고 자진 신고했다. 세종시는 내부정보를 이용해 해당 부동산을 매입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강원도도 15일부터 '공직자 부동산 투기 의혹' 특별대책반을 편성·운영한다. 대책반은 도내 18개 시·군별로 담당자를 별도 지정해 공직자들의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응한다. 강원도는 '공직비리 익명신고센터'를 통해 업무 정보를 이용한 공무원 투기 의혹과 관련한 주민 신고를 받아 보상금도 지급할 예정이다.

전북 전주시도 공무원 투기 의혹과 관련해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은 LH 개발계획에 따라 국토부가 2018년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급 촉진 지구로 지정한 전주역세권 등 모두 7곳이다. 경기 하남시도 직원 1,100명을 대상으로 교산신도시 발표 5년 전인 2013년 12월부터 현재까지 토지거래 현황을 파악할 방침이다.


이종구 기자
최두선 기자
김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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