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성공, 경제 약진... '두 마리 토끼' 다 잡은 대만의 비결은

입력
2021.03.15 06:00
지난해 순유입 27만명, 전년도 4배
'안전한 고국' 찾아 온 이들로 북적
4분기 GDP, 전년동기보다 5% 증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모범국 대만이 ‘경제 성장’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무엇보다 많은 이들이 안전한 나라로 속속 모여들면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영향이 컸다. 지난 한해 ‘순유입 인구’가 전년 대비 4배나 많아진 점이 단적인 근거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코로나19발(發) 경기 침체에 빠진 다른 나라들과 달리 호황을 누린 대만의 약진 이유를 진단했다. 가장 큰 비결은 순유입 인구 증가에 있다. 대만 이민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순유입 인구는 전년의 4배인 약 27만 명에 달했다. 대부분 이중국적자로 사업가, 학생, 은퇴자 등 인구 특성도 다양하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아파트를 찾는 이중국적자나 귀국한 이민자가 평소보다 두 배는 늘어난 것으로 추산한다.

귀국자들을 끌어당긴 대만의 매력은 단연 ‘감염병 안전지대’라는 점이다. 인구 2,357만 명인 대만은 현재까지 코로나19 사망자가 10명에 불과하다. 누적 확진자 수 역시 1,000명이 채 안된다.

순유입 인구 급증은 내수시장 소비를 활성화시켰고, 당연히 경제에 엄청난 활력소가 됐다. 지난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반 둔화세를 딛고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보다 약 5% 증가했다. 연간 성장률은 3.11%로 중국(2.3%)보다도 높았다. 1990년 이후 중국을 앞지른 것은 처음이다. 한껏 고무된 대만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14년(4.72%) 이래 가장 높은 4.6%로 발표, 자신감을 내비쳤다.

국외 인재를 끌어 모으려는 노력도 한 몫을 했다. 대만은 지난해 봄 국경 통제를 단행했으나, 한편에선 고숙련 비(非)대만 국적자를 대상으로 한 고용장려프로그램 ‘골드카드’를 적극 홍보했다. 취업과 거주 편의성을 높여 외부 인재를 수혈하기 위한 맞춤형 정책이었다. 그 결과 지난해 2월 이후 골드카드 발급 건수(1,600여건)는 전년도의 4배가 넘었다. 동영상 공유 플랫폼 ‘유튜브’ 공동설립자인 대만계 미국인 스티브 첸도 골드카드를 발급받아 실리콘밸리에서 대만으로 이주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창의적) 기업가 문화보다 제조능력으로 알려진 대만 기술산업에 활력이 됐다”고 자평한다.

다만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돌입하면서 대만의 ‘나홀로 성장’이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NYT는 “감염병 위험을 피해 (대만으로) 왔다가 다시 돌아갈 채비를 시작한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대적으로 백신 필요성이 적은 대만은 접종도 더딘 편이다.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물량 11만7,000회분을 이달 초 확보했고 오는 17일 첫 접종에 들어간다.

진달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