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상에 화제가 된 '단체 사진'이 있다. 이정재 정우성 배두나를 비롯해 연상호 감독, 김은희 작가 등 유명 배우와 제작진 18명이 함께 찍은 사진이다. 영화 시상식에서나 볼 법한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여 관심을 샀다. 이들은 모두 넷플릭스가 지난달 25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시 왓츠 넥스트 코리아 2021' 행사에 참여한 스타들. 유아인이 선배인 김현주의 왼쪽 팔에 살짝 기대앉은 듯한 모습이 정겹다. 두 배우는 연 감독의 신작 '지옥'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사이다.
팬데믹에 20여 명이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한곳에 모여 사진을 찍는 게 위험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법도 하지만 여기엔 비밀이 숨어 있다.
14일 넷플릭스 관계자에 따르면 이 사진은 '합성'이다. 한 명씩 따로 사진을 찍은 뒤 한자리에 있는 것처럼 18명 사진을 편집 프로그램으로 이어 붙였다. 행사 당일 모두 현장에 나와 한번에 손쉽게 촬영을 끝낼 수 있었지만,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육지책을 낸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 포스터 사진도 아니고 행사 현장 사진을 합성해 내보내기는 이례적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집단 촬영의 제약이 커지자 대중문화계가 합성으로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컴퓨터그래픽(CG)과 시각특수효과(VFX) 등 합성 기술을 총동원해 해외 로케이션과 단체 촬영 공백 등을 메꾸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단체 이동과 촬영을 최소화하면서 '따로 또 같이' 연출로 제작을 이어가려는 몸부림이다. 리얼리티를 해친다는 이유로 꺼려졌던 제작 방식은 팬데믹 시대의 새 '방역 무기'로 떠오르면서 되레 주목받는 분위기다.
송중기 주연의 tvN 드라마 '빈센조'도 합성으로 제작 위기를 간신히 넘겼다. 극 중 송중기가 맡은 역은 이탈리아 마피아의 고문변호사. 드라마 전개상 이탈리아 해외 촬영이 꼭 필요한데, 현지 코로나19 상황이 나빠 배우와 제작진 수십 명이 현지로 이동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방송을 앞두고 무작정 손 놓고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 결국 '극소수 특파 작전'이 이뤄졌다.
'빈센조' 제작사인 로고스필름 관계자는 "빈센조의 냉혹한 면을 보여주기 위해 이탈리아 배경이 꼭 필요했다"며 "지난해 겨울, 촬영 스태프 단 세 명만 이탈리아로 떠나 각자 현지에서 필요한 영상을 찍어온 뒤 VFX로 송중기 등 배우의 모습을 덧입혔다"고 말했다.
송중기는 지난달 20일 방송된 1회에서 보스를 죽인 다른 조직 수장을 만나러 초록으로 우거진 와인 농장으로 차를 타고 이동하고, 바로크 양식이 고풍스러운 건물에서 또 다른 적과 신경전을 벌인다. 이국적인 풍경으로 시청자를 단숨에 사로잡았던 약 15분 분량의 이탈리아 송중기 장면이 모두 합성으로 제작된 것이다. 송중기와 에밀리오 역을 연기한 외국인 배우의 촬영은 크로마키 설치가 된 국내 특수 세트에서 모두 진행됐다. 자칫 무기한 연기될 뻔했던 드라마 제작이 합성으로 심폐소생하게 된 배경이다.
2주 전, 종합편성채널에서 방송될 드라마 대본 리딩에 참여한 A배우는 "마스크는 기본이고 대본 리딩 현장에도 자리마다 투명막이 설치됐더라"며 "합성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제작 환경이 여러모로 급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