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가 3초마다 1명, 1년에 1,000만 명씩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현재 5,000만 명이 앓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2050년에는 1억5,2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면서 고령화 시대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처럼 기억을 잃게 하는 알츠하이머병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알츠하이머병의 정확한 발병 원인도 밝혀지지 않아 치료제 개발에 적지 않은 난항을 겪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그동안 아밀로이드 베타(β)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응집한 플라크(plaque)가 뉴런(신경세포)에 장기간 쌓여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 가설은 병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서 설득력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잘못 접힌 타우(tau) 단백질이 신경 섬유 다발을 형성하거나 신경 염증 때문에 병이 생긴다는 등의 다양한 가설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엑소좀(exosomeㆍMSCs-Exo)을 이용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만들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크기가 30~100nm(나노미터ㆍ10억분의 1m)로 ‘작은 세포 외 소포(EV)’로 불리는 엑소좀은 1960년대 초 알려진 이래 최근까지 필요 없는 단백질로 여겨졌다. 그러나 엑소좀은 모(母)세포와 비슷한 정보를 가진 ‘아바타’로, 단백질ㆍ지질ㆍ핵산 등을 세포로 보내주면서 세포 간 통신을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때문에 엑소좀을 알츠하이머병 예방ㆍ진단ㆍ치료제로 쓰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게다가 엑소좀은 면역원성(免疫原性)이 거의 없어 주입해도 면역반응이 거의 없고, 살아 있는 세포와 달리 쉽게 저장할 수 있다. 세포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자연 전달 매개체와 종양이 생길 위험도 낮다.
엑소좀은 또한 림프구 증식과 분화를 억제하고 림프구를 항염증 유형으로 분화하도록 유도하는 기능이 있다. 엑소좀에 포함된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단백질이 면역 조절 효과가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또한 활성화된 미세아교세포, 반응성 성상세포, 이토카인의 방출을 억제해 항염증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엑소좀의 가장 눈에 띄는 역할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분해 촉진 능력과 면역 조절 능력 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쓰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쥐에 엑소좀을 주입하면 공간 학습 능력을 높이고 기억 장애를 크게 호전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엑소좀은 아밀로이드 베타 올리고머(oligomerㆍ여러 개의 단일체가 엉켜 있는 저 중합체)를 줄이고 시냅스 손상을 차단해 뇌의 핵심 영역인 해마 뉴런을 보호한다. 엑소좀이 알츠하이머병 발병 초기에 인지 능력을 떨어뜨리는 시냅스 기능 장애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상하이자오퉁대 의대 연구팀은 경증에서 중등도에 이르는 치매 환자에게 엑소좀의 안전성과 효과를 평가하는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스파한대 의대 연구팀은 엑소좀을 뇌졸중 환자의 뇌에 주입해 이 병을 치료하는 연구를 진행 중인데 올해 안으로 끝낼 계획이다. 엑소좀이 알츠하이머병뿐만 아니라 다양한 뇌 질환 치료에 '약방의 감초'처럼 활용될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갈 길은 아직 멀지만 치매가 정복될 날이 곧 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