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인구 절반가량인 3,000만명이 내주부터 한동안 집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국발(發) 변이 유입에 따른 ‘3차 유행’ 조짐에 정부가 고강도 추가 방역 대책을 내놓으면서다.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정부는 주간 기준으로 확진자 수가 주민 10만명당 250명 이상인 주(州)의 경우 고위험지역(레드존)으로 자동 지정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행정명령을 승인했다. 레드존 지정 문턱을 크게 낮춘 것이다.
이에 따라 당장 15일부터 이탈리아 전체 19개 주와 2개 자치 지역 중 10개 주, 1개 자치 지역이 레드존으로 묶이게 됐다. 수도 로마와 밀라노, 토리노, 나폴리, 베네치아 등 주요 도시가 모두 봉쇄권에 포함됐다. 직접 영향을 받는 주민 수만 전체 인구(6,000만명)의 절반이 넘는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정부는 부활절이 낀 내달 3~5일 사흘 연휴에는 아예 전국 모든 지역을 레드존으로 지정해 봉쇄하기로 결정했다. 이 기간 주민 이동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서다. 앞서 지난해 성탄절 전후 연휴 및 연말ㆍ연시에도 선별적으로 전국적 봉쇄 조치가 시행된 바 있다.
이탈리아의 방역 강도는 저위험지역(화이트존)과 준위험지역(옐로존), 위험지역(오렌지존), 고위험지역 등 네 등급이다. 레드존이 될 경우 건강ㆍ업무 등 사유가 아니면 외출이 금지된다. 식당ㆍ술집을 포함한 모든 비(非)필수 업소는 폐쇄되고 학교 수업도 원격으로 전환된다. 전면 봉쇄나 마찬가지인 조치다.
현재 이탈리아에서는 사실상 3차 유행이 시작됐다. 보건당국이 이날 발표한 바이러스 재확산지수가 1.16인데, 통상 이 지수가 1.0을 넘으면 대규모 전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역시 바이러스 확산세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인 코로나19 환자의 중환자실 병상 점유율도 경계선인 30%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기준으로 집계된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규모(2만6,824명)는 지난해 11월 말 이래 약 3개월 보름 만의 최고치다.
마리오 드라기 총리도 고육책이 불가피한 사정을 설명했다. 이날 로마 인근 피우미치노 국제공항에 새로 마련된 백신접종 센터를 방문해 “불행히도 보건 비상 사태가 시작된 지 1년이 된 지금 다시 새 바이러스 유행에 직면했다”며 “오늘 발표된 방역 대책은 더 엄격한 조처를 부를 수 있는 상황 악화를 피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