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엇박자? 문 대통령 “경찰 명운 걸고 수사” 민주당 “특검 필요”

입력
2021.03.1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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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경찰 임용식서 "수사 역량 검증 첫 시험대"
박영선·김태년 등 보선 의식 "특검 수사" 언급 
그간 '검찰개혁' 명분과 모순... 내로남불 지적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수사를 두고 당·청 간 엇박자가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찰이 명운을 걸고 수사하라"고 밝혔으나 민주당 지도부는 "특별검사제를 도입하자"라며 다른 소리를 냈다.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비판 여론을 진화하기 위해 검찰의 손을 빌리겠다는 것이지만, 그간 강조해 온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기조와 모순이라는 지적이 많다.

문 대통령은 12일 충남 아산 경찰대학에서 열린 신임 경찰 임용식에 참석해 "공공기관 직원과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은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수사 역량을 검증 받는 첫 번째 시험대"라며 "우리 사회 공정을 해치고 공직사회를 부패시키는 투기 행위를 반드시 잡아달라"고 강조했다.

LH 수사는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수본이 주축인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이번 수사에서 성과를 거둬 '경찰은 수사 능력이 부족하다'는 우려를 털고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안착시키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심산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 중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포함한 검찰개혁에 힘을 쏟았다. 청와대는 이날 내부회의에서 특수본에 "명운을 걸고 수사하라"고 지시한 문 대통령의 발언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그러나 민주당에선 '특검 수사' 요청이 잇따랐다. '맹탕 셀프조사' 비판을 받은 전날 정부합동조사단 1차 조사 발표가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심 이반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LH 사태에 대한 정부 합동조사단 발표가 있었지만 시민들이 신뢰하지 않는다"며 "당에 특검을 정식으로 건의한다"고 밝혔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즉각 "특검을 수용하고 야당과 즉시 협의하겠다"고 화답했다.

당 4·7 보궐선거 상임선대위원장인 이낙연 전 대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특검을 통해 더 강력한 수사가 이뤄진다면 부동산 범죄를 확실하게 색출하고 처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세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정부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기 의혹을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이에 민주당이 스스로 검찰개혁 명분을 깬 셈이라는 뒷말이 많다. 민주당은 그간 '검찰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 '경찰도 수사능력이 있다'며 검수완박을 추진해 왔다. 앞서 국민의힘은 민주당 핵심 인사들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바 있는 라임·옵티머스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은 "특검 구성에 1, 2달이 걸린다"며 반대했다. '내로남불'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수본 중심으로) 부동산 투기 특별수사본부 구성이 임박한 상황에서 집권 여당이 도리어 특별수사본부의 힘을 빼고 수사를 교란시키는 발언까지 서슴없이 하고 있다"며 "한 달도 남지 않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생각한 염치 없는 쇼이자 물 타기"라고 비판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계없이 특검은 법령에 의해 마련된 제도"라며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