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대구 달성군 가창댐에서 잠수사 국동주(당시 45세)씨가 수중 취수구로 빨려 들어가 숨진 지 5개월이 흘렀다. 인근 지역 수돗물 공급을 위해 취수구를 닫지 않고 작업을 하다가 발생한 안전사고였다. 그의 누나 국승윤(47)씨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제 동생은 대구 상수도사업본부 가창정수사업소와 안전진단회사의 안전불감증으로 사망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생명과 안전을 담당하는 분들은 귀찮다고, 번거롭다고 해서 (동생의 죽음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국승윤씨는 15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사고로 인해 가족들의 삶은 모든 게 망가졌다"며 "좁은 취수구 안에서 몸부림쳤을 동생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흐느꼈다. 그는 통화 내내 울먹이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가창댐 잠수사 사망 사고는 지난해 10월 28일 발생했다. 당시 보트운용사 1명과 잠수사 2명은 가창댐 안전진단을 위해 수중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 중 잠수사 2명이 수압을 이기지 못하고 취수구로 빨려 들어갔다. 동료 잠수사는 의식이 있는 상태로 119에 구조됐으나, 국동주씨는 실종 하루 뒤 숨진 채 발견됐다.
가창댐관리사무소는 당시 잠수사들이 수중 작업을 하고 있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인근 지역 수돗물 공급을 위해 취수구 밸브를 잠그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창댐은 사고가 발생한 지 30분 만에 밸브를 잠갔다. 누나는 "작업자 안전과 생명을 먼저 생각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취수구를 늦게 닫으면서 동생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말했다.
20년 잠수 경력의 국동주씨는 인지도가 높았던 베테랑 잠수사였다. 다이빙과 스킨스쿠버 강사 및 투어 안내 경험도 있었으며 해외에서도 활동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생계 유지 차원에서 수중안전 진단업체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국동주씨 사망 후 가족은 물론 다이버로 활동하고 있는 그의 여자친구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국씨 누나는 "수압으로 상한 동생의 얼굴을 부모님께는 차마 보여드릴 수 없었다"며 "주변 지인들 역시 동생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사고 주체인 가창댐관리사무소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누나는 "가창댐 관계자들은 동생의 장례식에도 오지 않았다"며 "가창댐과 업체는 여전히 책임 미루기를 하고 있고, 최소한의 도리도 하고 있지 않아 허탈하다"고 말했다.
숨진 국동주씨는 현재 경기 평택의 한 납골당에 안치돼 있다. 가족은 황망하게 세상을 떠난 고인의 텅빈 방을 바라볼 때면 아직도 가슴이 아리다. 누나는 "앞으로는 현장 작업자들이 안심하고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다시는 동생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고 직후 가창댐 관계자 1명과 업체 관계자 2명 등 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