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지오에 깃든 러시아 낭만의 절정

입력
2021.03.12 14:00
<4> 장윤성 지휘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편집자주

'오케스트라 음악의 꽃'으로 불리는 교향곡(Symphony). 국내 최대 교향곡 축제가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립니다. 한국일보는 '한화와 함께하는 2021교향악축제'에 참가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들과 무대에서 연주될 교향곡을 '하루에 하나씩' 소개합니다.



20세기의 위대한 피아니스트이자 러시아 낭만음악의 마지막 주자로 추앙받는 라흐마니노프. 그에게도 부침이 있었다. 1897년 라흐마니노프가 스물넷의 나이로 발표한 교향곡 1번은 혹평을 받으며 처참하게 실패로 끝났다. 그 후유증으로 3년이나 아무런 곡을 쓰지 못했다.

정신과 치료를 받은 끝에 극심한 우울증을 극복하곤 겨우 음악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렇게 벼랑 끝에서 탄생한 작품이 오늘날 불후의 명곡으로 꼽히는 피아노 협주곡 2번(1901)이다. 다행히 피아노 협주곡 2번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자신감을 얻은 라흐마니노프는 1906년 독일 드레스덴에 머물며 3년간 작곡에 전념했다. 이 기간 쓰인 곡 중 하나가 교향곡 2번이다. 1908년 러시아 마린스키극장에서 초연된 교향곡 2번은 1번의 뼈아픈 기억을 모두 씻을만큼 대성공을 거뒀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은 차이코프스키의 계보를 잇는 러시아 낭만주의의 진수를 보여준다. 다음달 3일 서울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장윤성 지휘자와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이 곡을 연주한다. 장 지휘자는 "특정 부제가 없는 곡인데도 소설 한편을 쓸 수 있을 정도로 감성이 풍부하고 로맨틱하다"며 선곡 배경을 설명했다 "사랑의 아픔과 고뇌, 기쁨, 아련한 추억 등 다양한 감정을 되새겨 볼 수있는 가슴절절한 휴먼드라마"라는 것이다.

모든 악장이 보석같지만 특히 3악장 아다지오는 낭만의 절정으로 평가받는다. 심금을 울리는 현악기 소리를 배경으로 클라리넷과 바순 등 관악기의 주제선율은 멜로 드라마나 영화의 극적인 장면을 떠올리게 만든다. 장 지휘자는 "3악장의 아름다움은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며 "팬데믹 상황에서 건조해진 일상 속에서 가슴 따뜻하고 눈에 눈물이 고이게 만드는 연주를 들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