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히기로 결정했다. 사망률 감소라는 올 상반기 예방접종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 있는 65세 이상 37만6,000여 명에게 백신접종을 시작하면, 향후 대규모 집단감염 발생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게 방역당국의 기대다.
문제는 2분기다. 석달간 900만 명을 접종해야 하는데, 3월 중순임에도 정부는 4월 이후 접종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선 주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로 꼽히는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발 변이 이외에 미국·나이지리아 변이 감염이 75건이나 확인됐다. 접종 속도를 올려야 할 이유는 커지고 있는데, 추가 백신 공급이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11일 “지난 10일 열린 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 65세 이상 고령자들에게 이달부터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기로 결정했다”며 “이에 따라 2분기 예방접종 계획을 수립해 다음 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진단에 따르면 1분기 접종 대상자의 접종률은 이날 0시 기준 64%를 기록했다. 접종률이 절반을 훌쩍 넘기면서 이날 2분기 접종 계획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정은경 예방접종대응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도 지난 8일 “2분기 접종 계획 초안을 만들고 있으며 예방접종전문위 검토를 거쳐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2분기 접종계획 발표는 다음 주로 미뤄졌다.
지난 1월 정부가 밝힌 예방접종 계획에 따르면, 이번 2분기에는 노인재가복지시설 이용자와 종사자, 65세 이상 고령자, 의료기관과 약국 종사자, 장애인·노숙인 시설 입소자와 종사자 등 총 900만 명이 백신을 접종한다.
하지만 이에 필요한 백신이 다 확보됐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 정부가 이날 새롭게 공개한 추가 백신 공급 일정은 아스트라제네카와 계약한 1,000만 명분 가운데 350만 명분이 5월 말부터 6월까지 도입된다는 정도다. 5월 말부터라는 공급 시기를 감안하면 이 물량은 2분기보다는 3분기 접종용에 가깝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까지 확보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78만7,000명분, 화이자 백신 5만8,500명분은 요양병원·시설 관계자들, 코로나19 환자 치료병원 종사자들 접종으로 거의 다 소진된다.
지금까지 2분기에 사용 가능한 백신 물량은 앞서 발표된 코백스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5만 명분(3월 말 34만5,000명분, 4~5월 70만5,000명분)과 화이자 계약 백신 350만 명분(3월 말 50만 명분, 4~6월 300만 명분)뿐이다. 둘을 합쳐도 455만 명분으로, 2분기 접종 대상 900만 명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2분기 300만 명분이라는 화이자 백신이 6월 쪽에 몰려 공급된다면, 이 역시 사실상 3분기 물량이 될 가능성이 높다.
원래 2분기에는 각각 2,000만 명분 계약한 모더나와 노바백스 백신의 일부, 600만 명분 계약한 얀센 백신의 일부가 도입돼야 한다. 900만 명이 접종하려면 4~6월에는 하루 평균 약 10만 명 정도 접종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실제 도입 물량과 구체적 시기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양동교 추진단 자원관리반장은 이날 "백신 공급 일정과 물량이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다"며 "2분기 접종에 차질 없도록 하겠다"는 기존 설명만 반복했다.
추진단은 일단 접종대상으로 전환된 요양병원·시설의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해서는 “3월 말 공급될 코백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34만5,000명분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혹시라도 백신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지금 현재 1차 접종한 사람들의 2차 접종용 백신을 먼저 사용할 수도 있다. 이날 방역당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1, 2차 접종간격을 8주에서 10주로 늘린 것도 백신 수급 불안정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까지 코로나19 백신 접종 인원(50만635명)은 국내 전체 인구의 0.96%에 불과하다. 1월 나온 접종 계획에 따르면 3~4분기 접종 인원(3,325만 명)은 1~2분기(1,030만 명)의 3배가 넘는다. 그렇지 않아도 하반기에 접종이 몰려 있는데 2분기 백신 공급이 더디면 하반기에 접종 인원이 더 많아지게 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어지는 백신 공급이 늦어질수록 초반 접종자들에게선 항체가 떨어질 것”이라며 “그러면 집단면역 달성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