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제주 제2공항 도민 찬반 여론조사 결과를 거슬러 건설을 정상 추진키로 하자 섬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도민들의 중지가 한순간에 휴지조각이 되면서 현지에서는 ‘제2의 강정마을 사태’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11일 성산읍의 한 주민은 “원희룡 지사가 영리병원 공론조사 결과를 뒤집은 데 이어 이번 제2공항 여론조사 결과도 일방적으로 무시했다”며 “이제 강정마을처럼 성산읍 주민들도 서로 싸울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10여년 전 강정마을은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인한 보상 문제 등을 놓고 주민들이 갈라지면서 마을 공동체가 완전히 붕괴한 바 있다.
전날 원 지사가 국토부에 공항 건설 추진 의견을 공식 제시했고, 이에 따라 공항 건설이 추진될 경우 성산 지역에서도 강정마을 사태 재현 가능성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지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수용부지 주변의 주민과 삶의 터전이 수용돼 고향을 떠나야 하는 주민 간의 갈등이다. 5년 넘게 끌어온 제주 제2공항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제주도민 찬반 여론조사가 실시됐고, 결과 발표 이튿날 원 지사가 “이제는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에 마침표를 찍자”고까지 밝혔지만, 사태는 꼬이는 셈이다.
도는 제2공항 건설 추진 입장 배경으로 성산읍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꼽고 있다. 그러나 찬성 주민이 많은 지역을 조사 대상지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적지 않다. 제주도민과 별도로 성산읍 지역 14개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2개 기관 여론조사에서는 찬성이 65.6%, 64.9%로 나온 바 있다. 직접 피해지역인 4개 마을을 제외한 나머지 10개 마을은 제2공항 개발에 따른 수혜 지역이기 때문에 찬성 의견 우세는 이미 예견됐던 결과다.
그러나 도는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제2공항 입지에 대한 지역주민 수용성이 확보된 것”으로 보고 ‘건설을 적극 추진하라’는 요구로 해석했다. 제주도민 대상 여론조사에서 ‘건설 반대’ 의견이 우세했던 것에 대해 원 지사는 “대규모 국책사업은 찬반의 숫자보다 그 내용이 중요하다”며 설문 조사 결과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