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청와대가 11일 3기 신도시 땅투기 의혹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성난 민심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여론은 아직까지 싸늘했다. 국회의원과 고위 관료, 검사 등 고위층은 조사하지 않았다며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성토가 쏟아졌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등 총 1만4,000여명의 거래 내역과 소유 정보를 대조한 결과, 총 20명의 투기 의심자를 확인했다"며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발표했다.
청와대도 이날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본인과 배우자, 직계 존비속 조사 결과 투기로 의심될 만한 거래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와 청와대의 발표와 달리 민심은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정치인들의 투기 의혹이 속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작 핵심인 정치인과 고위층은 건드리지 않았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누리꾼들은 "왜 LH와 국토부 직원 투기만 밝히냐. 투기에도 등급이 존재하는 건지 묻고 싶다"(p*******), "국회의원하고 정책 결정권을 가진 관료, 사법부 인사들은 조사 안 하냐"(m*******),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은 면죄가 되느냐"(p******)고 성토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발표하면서 0 하나 빠트린 거 아니냐. LH 다니면서 투기 못하면 바보란 게 드러났다"(j******), "이럴 줄 알았다. 책임지고 밝혀내는 게 있겠냐"(s******)며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도 상당했다.
재판까지 넘겨진다고 해도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겠느냐"는 자조섞인 반응도 많았다.
한 누리꾼은 "그동안 재판 전까지는 요란하다가 솜방망이 처벌만 내리는 걸 많이 보지 않았나. 사회 정의와 상식이 무너진 세상에서 뭘 기대하나"(배*****),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 유예가 나오지 않겠냐"(네****)고 꼬집었다.
차명 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신상 대조로만 20명이 나온 것도 상당한 숫자라는 반응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투기를 하는데 누가 실명으로 하겠나. (단속을) 상상도 못한 사람이나 실명으로 한 건데 그 숫자가 20명"이라며 "1주일만 훑었는데 이 정도면 차명 거래와 친인척 투기는 어마어마할 것"(빠**)이라고 추측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이에 "걸린 사람들은 설마 문제가 되겠냐 생각했을 것"이라며 "조직의 직업 윤리나 인식 자체가 없는 것"(노****)이라고 꼬집었다. 일부는 투기 제보나 신고가 많아지도록 인센티브 제도를 적용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정 총리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경질 가능성을 시사한 점에 대해선 환호했다. 정 총리는 이날 투기 의심자 20명 중 11명이 변 장관이 LH 사장 재임 시절에 일어났다며 "변 장관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말했다.
누리꾼들은 "변 장관부터 자르는 게 일벌백계의 시작"(r*******), "1차 조사 결과 장관 경질 명분이 생겼다. 시간문제다"(b******), "변창흠은 흠이 너무 많은 사람이다. 아직도 불명예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s***)고 비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LH를 조롱하는 패러디가 확산하고 있다. LH직원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게시판에 LH를 비판하는 대중을 비꼬는 글이 올라온 게 알려지면서 LH에 대한 비난 여론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누리꾼들은 LH가 한글 '내'와 모양이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LH로남불(LH 직원이 땅을 사면 노후준비, 남이 하면 투기)', 'LH부자들(내부 정보를 활용한 투기)', 'LH땅LH산(내 돈 주고 산 내 물건이란 뜻, LH 땅은 LH가 산다)' 등의 신조어를 만들었다.
아동 도서 제목인 '다 내꺼야', '안돼 내꺼야'도 '다 LH꺼야', '안돼 LH꺼야'로 바꿔 읽거나, 보드게임 부루마블에 3기 신도시 지역을 바꿔 적은 'LH마블' 사진도 등장했다.
누리꾼들은 또 은행권 가계대출이 1,000조원을 돌파했다는 한국은행의 자료를 인용하며 "전부 LH 직원들이 땅 사려고 대출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 누리꾼은 "LH 직원 말대로 정보를 이용한 투자가 특권이고 직원 복지라면 조폐공사 직원들은 돈 찍으면 돈다발을 챙기는 게 복지냐"(베***)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