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훈련 유보하자”던 이인영, 훈련 중인 ‘B1 벙커’ 찾은 이유는

입력
2021.03.11 15:40
서욱 국방부 장관 제안에 이례적 방문
'훈련에 부정적' 이 장관 이해 제고 차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0일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연합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우리 군의 전시 지휘통제소 ‘B1 벙커’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 1월 남북대화 재개 조건으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자, 이 장관은 '정부의 유연한 해법'을 언급하면서 훈련 연기 또는 유보 입장을 보여왔다.

11일 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 장관은 전날 서욱 국방부 장관과 함께 수도방위사령부에 위치한 B1 벙커를 찾아 훈련 중인 장병들을 격려했다. 지난 8일 시작한 한미 연합태세를 점검하는 한미연합훈련은 오는 18일까지 진행된다. 한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예년에 비해 훈련 규모를 축소했다.

한미연합훈련 기간에 통일부 장관의 벙커 방문은 이례적이다. 이 장관의 방문은 서 장관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그간 훈련 실시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던 이 장관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장관은 민주화운동에 따른 수형으로 군 복무가 면제됐다.

이 장관은 그간 신년 기자회견 등을 통해 "군사훈련이 연기돼 남북관계 개선에 물꼬를 틀 수 있다면 그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며 "(군 당국이) 지혜롭고 유연한 해법을 찾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서 장관은 "군의 입장에선 정상적으로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며 "북한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고 강조해 왔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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