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건 차관 "트럼프 방위비 '몽니'에 문 대통령이 협상 중단했다"

입력
2021.03.11 14:00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
한미, 주한미군 올해 한국 분담금 13.9% 인상 합의
이후 4년은 한국 국방예산 인상률 연동해 올리기로
"올해 인상 분에는 주한미군 근로자 임금 인상 반영"


2019년 9월부터 1년 반 동안 표류하던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타결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압박과 초기 합의안 거절 등으로 질질 끌던 협상이 조 바이든 정부 출범 후 1개월 반 만에 완료된 것이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11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번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긴 압박의 결과라며 "합의 결과가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이번에는 안정적으로 가고, 이 시기 이후에 근본적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평가했다.

김준형 원장은 "기본적으로 (사용처를 먼저 받고 지급하는) 예산의 기본 원칙으로 가지 못한 것, 국방비와 연동해 5년간 증액을 명문화한 것 등에 대해서 특히 진보 (진영) 쪽에서 아쉬움을 이야기한다"면서도 "트럼프(전 대통령)가 많이 해 놨기 때문에 사실상 미국 쪽의 요구를 완전히 개혁적으로 돌리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했다.

그는 "미국 입장에서는 트럼프의 역설적 공헌이 있는 것"이라면서 "지금 짧은 시간에 만약 틀을 바꾸자면 1·2년 혹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은 이와 관련, 협상에서 벌어진 내막을 공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분담금을) 5배 늘리라고 명령을 줬기 때문에 미국 실무 담당자도 기존에 들어가지 않던 비용 항목까지 만들어서 요구를 하더라"며 "결과적으로는 우리 쪽 입장을 반영해 (2020년 3월) 13.6%를 합의해서 갔더니, 트럼프 대통령 백악관이 너무 적다고 그걸 차 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협상 중단은 우리 (문재인) 대통령께서 하셨다"면서 "아무리 동맹이라 하더라도 서로 합리적이고 신뢰에 맞는 협상을 진행해야지, 너무 과도하다고 해서 협상 중단을 선언한 것"이라고 했다. 한미 양측은 최종적으로 올해는 한국 측 분담금을 13.9% 인상하고 앞으로 4년 동안은 한국의 국방 예산 인상률에 준해 올리는 것으로 합의했다.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지난해 분담금은 동결됐기 때문에 올해 두 자릿수 퍼센트 인상이 이뤄진 것이다. 내년 분담금의 경우 올해 국방비 증가율인 5.4% 인상된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에 분담금 비중 확대는 성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몽니'로 표류하던 협상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빠른 속도로 진척됐다. 트럼프 정부에서 일곱 번의 협상으로 해결되지 않던 것을 바이든 정부에서는 두 차례 만나 협상을 타결한 것이다. 김준형 원장은 "바이든 정부가 이 부분은 빠르게 해결하겠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관측했다.

김 원장은 특히 "(한국) 근로자 임금의 85% 이상을 (우리 분담금에서) 반드시 쓰게 한 것은 큰 성과"라고 했다.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고, 분담금 증액분의 상당 부분이 국내로 환원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올해 분담금 증가율이 13.9%로 두 자릿수를 나타낸 것도 결국 한국인 근로자 임금 때문이다. 최종건 차관은 "13.9% 가운데 7.4%(포인트)는 국방예산 증액에 따른 것이고 나머지 6.5%(포인트)는 주한미군이 고용한 한국인 근로자 1만여명의 인건비 부분을 증액한 것"이라고 했다.

최 차관은 아울러 "협상 공백이 생기더라도 임금 선지급을 우리 근로자에게 하도록 명문화했다"고 소개했다. "협상 중에 주한미군이 그들의 협상 압박 수단으로 (한국인) 근로자들의 무급휴직을 사용해 왔는데, 이제는 그것을 할 수 없게 했고, 하더라도 전년도 기준에 맞게 임금을 지불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