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해상 원전 건설 방침에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중국이 해상 원전 건설 지점을 우리나라의 서해로 정했지만 이를 제지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서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서해에서 원전 사고라도 발생할 경우, 돌아올 국내 어업의 피해가 가늠조차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태평양 쪽으로 흘러간 풍향과 조류 덕분에 우리나라의 피해가 미미했던 10년 전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가 중국 해상 원전 건설을 국제사회에 공론화하기로 나선 배경이다.
11일 원자력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11월 열릴 한·중·일 원자력고위규제자협의회(TRM)에서 중국의 해상 원전 건설과 관련한 정보를 요구할 방침이다. TRM은 동북아 원자력안전 주요정책 및 현안 등의 정보를 공유하고 역내 원자력 안전 분야의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2008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의 해상 원전 건설과 관련해 우리 정부와 논의된 적은 없다”며 “우선 정보 공유를 통해 해당 사안을 파악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중국 국무원은 최근 공개한 ‘제14차 5개년 계획’에서 “해상 부유식 핵동력 플랫폼 등 선진 원자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해상 부유식 핵동력 플랫폼은 바지선이나 선박에 실려 해상에서 운영하는 원전을 말한다. 설치 예정 장소는 중국 산둥성(山東省) 옌타이(煙台)시 근해다. 해상 원전 연구를 완료한 중국핵공업그룹(CNNC)은 현재 중국 당국의 최종 건설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다 위에서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해상 원전은 해상 석유 시추시설 등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다.
문제는 우리나라 서해로 연결된 옌타이시와 인천의 직선거리가 400㎞에 불과하단 점이다. 게다가 지구 자전에 따른 편서풍 영향으로 중국에서 우리나라 쪽으로 바람이 불고, 옌타이시 근해의 조류 방향도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 동해 모두를 거쳐간다. 때문에 중국의 해상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는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런 피해를 감안이라도 한 듯, 국제 환경단체에선 해상 원전을 ‘떠다니는 체르노빌’이나 ‘핵 타이타닉’ 등에 비유하면서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고민은 우리 정부 입장에서 중국의 서해 해상 원전 건설을 제지할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에서 원전을 지을 때 중국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 것처럼 중국 정부가 자국 영해에 원전을 건설하는데 우리 정부가 개입할 순 없다”면서 “러시아도 해상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 2019년 12월부터 세계 최초 해상 원전인 ‘아카데믹 로모노소프’를 극동 해상에서 가동,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다만 우리 정부는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만큼 TRM 등을 통해 중국의 해상 원전 건설 과정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중국이 ‘핵사고 조기통고 협약’에 가입돼 있는 만큼 해상 원전 사고 가능성에 대해선 미리 인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러시아 정부가 사고를 은폐하면서 피해가 커졌다”며 “중국이 제공하는 원전사고 관련 정보들을 면밀히 주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