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안녕 도로시' 몰카 성범죄 경종 울린 단막극...강렬한 여운

입력
2021.03.11 09:49

tvN '드라마 스테이지 2021'의 두번째 작품인 'EP. 안녕 도로시'가 단막극을 통해 이 사회에 만연해 있는 몰카 범죄에 사회적 화두를 던지며 큰 호평을 받있다.

지난 10일 방송된 2회 'EP. 안녕 도로시'는 오명을 씌워 클릭을 유도하는 인터넷 기자 변정후(김주헌)와 오명을 지우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디지털 장의사 안도영(한지은)이 벌이는 심리 추적 드라마. 죄의식없이 가해지는 성범죄 몰카에 대한 잔인한 현실을 그려내며 충분히 처벌받지 않은 악마들이 여전히 득세하는 우리네 현실에 반성의 기회를 제공했다.

인터넷 기자 변정후와 디지털 장의사 장도영은 하는 일부터가 뜻을 함께 할 수 없는 두 인물로 그려졌다. 도영은 몰카 영상으로 자살한 배우 '청연'의 기사를 내리게 하기 위해 정후를 찾아갔다.

그러나 기사를 내릴 생각이 없는 정후와 날 선 첫 만남은 시작됐고 '당신의 가족이 똑같이 당해도 그럴 수 있어?'라고 외치는 도영의 독설은 마치 저주처럼 현실이 됐다. 배우를 지망하던 정후의 여동생 변정린(최지수)이 성범죄 몰카의 주인공이 된 것.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정린은 혼수 상태에 빠지게 되고 정후는 도영을 찾아가 인터넷 업로드 사이트에있는 동생의 영상을 지워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며 함께 손을 잡게 됐다. 그러던 중 정후는 동생의 잔인한 흔적을 지워 주기 위해 함께 공감하며 내 일처럼 혼신을 다하던 도영이 알고 보니 '청연' 본인이었던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고 자신의 기사가 얼마나 그를 아프게 했던 것인지 뼈저리는 반성과 후회를 하게 됐다.

그 후 정후는 디지털 성범죄 소탕 관련 기사를 단독 취재하며 다시는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힘을 모으는 모습으로 마무리됐다.

극 중 디지털 장의사 도영이 정후에게 쏟아내던 말 중 "자극적인 기사에 '몰카'라고 불리는 범죄영상들 찾아본 적 없어요? 누군가는 찍고 누군가는 보고 누군가는 기사를 쓰고 당하는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다 똑같은 공범이예요"라고 외치는 부분은" 이번 단막극을 통해 전하고 싶은 작가의 기획의도가 고스란히 드러나며 많은 이들에게 죄의식 없는 성범죄가 만연한 현 상황에 경종을 울렸다.

특히 극의 후반부에 정린의 가해자인 박현수(차지현)가 잡혀 경찰서에서 취조를 받던 중 "우린 헤게모니가 다른 세상을 창조한 거예요. 형사님이나 경찰총장 같은 분들을 안달 나게 만들 수도 있고, 또 안달 난 다른 놈들한테는 왕처럼 굴어볼 수도 있고. 우린 절대로 안 잡혀요. 우릴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거든. 그 사람들이 있는 한 우린 끊임없이 탄생하고 복제되고 진화해요"라고 말하는 소름 끼치는 부분은 불법 업로드 사이트 내 수요와 공급이 맞물리는 생태계의 문제점을 꼬집으며 사회를 향한 묵직한 쓴 소리를 날렸다.


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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