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SSG의 우승 가능성을 봤기 때문입니다.”
추신수(39)가 올 시즌 SSG 랜더스에 합류한 이유와 소감을 밝혔다.
추신수는 11일 정오 자가격리를 마치고 경남 창원에서 부산 사직구장으로 이동해 SSG와 롯데의 연습 경기 후 팀 동료들과 첫 대면했다. 추신수는 “미국에서 한국에 오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결국 한국행을 택한 건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라며 “나는 SSG에서 좋은 경험을 쌓으려는게 아니라 이 팀에서 모두 한 마음이 돼 승리하려고 왔다”라고 굳은 결의를 전했다. 그러면서 “내가 아직 많이 부족한 만큼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요청하겠다”라며 “여러분들도 어렵게 느끼지 말고 언제든지 와서 많은 좋은 얘기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추신수는 이어 팀 후배 이태양(31)에게 고가의 시계 선물을 건넸다. 수천만원대에 이르는 명품으로 알려졌다. 이태양은 애초에 등번호 17을 달고 있었지만 추신수가 합류하면서 그에게 양보했다. 추신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내 이름 밑엔 항상 17이란 숫자가 있었다. 저에겐 너무나 특별한 번호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태양 역시 17이 의미있는 번호였을 텐데 나에게 양보해 줬다. 후배지만 너무나 감사했다”라고 덧붙였다. 이태양도 “추 선배의 좋은 기운을 받아 올해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라고 화답했다.
추신수는 이어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부산 사직구장에 대한 소회를 풀어냈다. 그는 “어릴 적 밥 먹듯이 들락날락하면서 선후배, 동료들과 함께 야구 선수로의 꿈을 키운 곳”이라며 “20년 만에 다시 찾아오니 변한 점도 많다. 한국에 왔다는 것이 더 실감난다”라고 했다. 부산 팬들에게도 인사말을 남겼다. 그는 “(부산 출신이면서 SSG선수로 뛰게 돼) 부산팬들은 섭섭할 수 있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된다”라며 “하지만 지금은 SSG 소속 선수다. 건강하게 좋은 플레이를 보여드린다면 부산 팬들도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현재 몸 상태가 매우 좋다”면서 향후 일정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몸이 가볍다. 컨디션이 매우 좋다. 다만 실내에 있을 때와 야외에서 실제로 뛸 때의 상태는 다르다”라며 “1, 2일 정도 몸 상태를 보고 감독님과 상의해 실전에 대비하겠다. 16~17일 삼성과 연습경기에선 타석에 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했다. 김원형 감독은 추신수에 대해 꾸준히 2번 타자 좌익수 기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추신수 역시 “어느 타순이든 준비돼 있다. 팀 승리에 도움이 되는 게 중요하다”라며 “수비 훈련은 안 한지 꽤 됐지만 격리 중에도 계속 러닝 훈련을 했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원형 감독 등 코치진은 메이저리거인 추신수가 야구를 대하는 마음가짐, 루틴 등 후배들에게 끼칠 좋은 영향력도 기대하고 있다. 추신수는 “나의 루틴 등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나 역시 메이저리거들과 생활하면서 좋은 점은 받아들였고 맞지 않으면 버렸다. SSG 후배들도 그랬으면 좋겠다”라며 “다만 후배들에게 많은 예시를 주고 싶다. 나의 방식들이 잘 맞는다면 받아들이고 맞지 않는다면 버리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추신수는 올 시즌 인천 행복드림구장 내 클럽하우스에서 동갑내기 팀 동료 김강민 바로 옆 라커를 사용할 예정이다. 추신수는 입단 결정 후 김강민에게 팀 내 적응 등에 도움을 청했고 김강민 역시 도우미를 자처했다. 둘은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대표팀으로 출전,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건 적이 있다.
이날 경기는 무관중으로 진행됐지만 추신수의 합류 소식을 들은 팬 수십여 명이 사직구장 주변에 몰려 큰 관심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