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더 재밌는 '중경삼림' 비하인드 스토리

입력
2021.03.10 15:13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 '중경삼림 리마스터링'의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가 공개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

'중경삼림 리마스터링'은 1994년 홍콩에서 실연의 상처를 입은 경찰 223과 663, 새로운 시작을 앞둔 두 사람이 만들어낸 두 개의 독특한 로맨스를 다룬 영화다.

당초 '중경삼림'은 지난 1995년 9월 2일 한국에 개봉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이 작품을 통해 왕가위 감독 신드롬이 일기도 했다.

여자친구의 이별 통보로 힘들어하는 223을 연기한 금성무는 표준 중국어를 비롯해 광둥어 일본어 영어까지 총 4개 국어를 직접 구사한다. 스토리 전반에 흐르는 내레이션에는 표준 중국어를 사용하고, 사람들과 일반적인 대화를 나눌 때는 광둥어, 헤어진 여자친구에게는 일본어, 범인을 체포할 때는 영어로 말하며 캐릭터의 다채로운 매력을 맘껏 뽐낸다.

특히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금발머리 마약밀매상에게 어떻든 말을 붙여보고자 애쓰는 장면에선 4가지 언어를 모두 사용하며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고 싶은 223의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는 이들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영화 제작 기간이 길기로 유명한 왕가위 감독이지만 '중경삼림'은 단 23일 만에 촬영을 완료했다. 영화 '동사서독'의 작업이 계획보다 길어지며 잠시 중단되자, 왕가위 감독은 그 시간을 이용해 이 영화를 찍었다.

보다 효율적이고 사실적으로 촬영하길 원했던 감독은 핸드헬드 기법을 이용하고 조명의 사용은 최소화했다. 여기에 촬영 감독인 크리스토퍼 도일이 실제 살고 있는 집을 경찰 663(양조위)과 페이(왕페이) 에피소드의 주 무대인 663의 아파트로 활용해 기간을 더욱 단축했다. 이 덕분에 '중경삼림'은 90년대 홍콩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담아낼 수 있었고, 레트로 감성을 불러일으키며 21세기 관객들을 다시 한번 사로잡고 있다.

왕가위 감독을 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올려놓은 '중경삼림'은 그 이름에 걸맞게 전 세계 여러 유명 감독들을 매료시켰다. 먼저 '킬 빌' 시리즈,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이 작품을 보다 많은 관객들에게 보여주고자 영화의 북미 배급을 맡은 미라맥스와 특별 계약을 맺고 직접 공동 배급에 뛰어들었다.

'문라이트'로 아카데미를 수상한 배리 젠킨스 감독 또한 '중경삼림'을 자신의 예술적 발전에 기여하고 무한한 영감을 주는 작품이라며 아낌없는 찬사를 전한 바 있다.

유수경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