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대출 규모가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주식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들면서 빚투(빚내서 투자)로 인한 신용대출 증가 추세는 잠잠해졌지만, 높아진 전셋값에 이사철이 겹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결과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21년 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03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월 말(996조4,000억원)보다 6조7,000억원 늘어난 수치로, 매년 2월 증가액 기준으로 통계가 작성된 2004년 이후 두 번째로 큰 증가폭이다.
은행권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도 크게 증가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이날 발표한 ‘2월 중 가계대출 동향’을 보면 지난달 말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9조5,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증가폭은 1월 말(10조4,000억원)보다 소폭 줄어들었지만, 가계대출 규모는 지난해 2월 대비 8.5% 늘어났다.
가계대출 증가액 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했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중 주담대 잔액은 733조3,000억원으로 1월 말에 비해 6조4,000억원 증가했다. 매년 2월 증가액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2월(7조8,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폭이다. 이 중 전세자금 대출 증가폭도 한 달 새 2조4,000억원에서 3조4,000억원으로 1조원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전세시장 가격도 영향을 줬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2월이 이사철이라는 점에서 전세자금 대출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반면에 우려했던 신용대출 급증세는 한풀 꺾였고, 대신에 은행 수신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지난달 말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잔액은 268조9,000억원으로 1월 말 대비 3,000억원 소폭 증가했다. 1월 말(2조6,000억원) 증가폭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지난달 은행 수신은 1월 말 12조원 넘게 감소했던 것과 달리 38조3,000억원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2월에는 설 상여금이 들어오고, 주식 투자 관련 자금수요가 둔화되면서 신용대출 증가폭이 줄어든 반면 기업 결제성 자금, 가계자금 예치 등으로 수신은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