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해수부)의 '연안 여객선 현대화 펀드'로 건조비 절반을 지원받은 국내 카페리 4척이 모두 '파나마' 선적으로 드러났다. 국내 항만을 오가는 연안 여객선이 해외 선적으로 등록되기는 전례가 없다. 새 선박의 취·등록세 회피 목적으로 보인다.
14일 해수부와 업계에 따르면 건조 비용으로 나랏돈 231억~285억원의 ‘선박 현대화 펀드’가 투입된 카페리 4척은 현재 제주도와 전남지역 항구 등 국내 연안을 운항하고 있다. 그러나 4척 모두 파나마 선박으로 등록돼 있다. 국제해사기구(IMO) 등록번호와 함께 ‘파나마(PANAMA)’로 적힌 국적이 선명하다.
선주는 선박 등록 때 자국에 등록하지 않고 규제가 덜한 국가를 택할 수 있어, 해외 선적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조세회피지인 파나마 등 제3국에 등록하면 세금을 줄이고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인 선원을 고용할 수 있다. 주로 해외 여러 나라를 오가는 대형 화물선이나 크루저 등 국제 상선들이 택한다.
그러나 국내 항만을 드나드는 연안 카페리가 이처럼 해외 선박으로 등록한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연안 여객선은 선적을 해외로 등록하더라도 외국인 선원을 채용할 수 없도록 규정돼 선박 운영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절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도 “연안 여객선 선적을 해외에 둔 경우는 처음 본다. 특별한 목적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선박의 해외 등록을 통해 취득세와 등록세는 물론 정부의 관리 감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카페리 4척 모두 파나마 선적으로 등록했고, 이 때문에 우리 정부에 취·등록세를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선박의 건조가액 50%는 정부가 지원했고, 40%는 선사가 선박을 담보로 국내 은행에서 대출 받았다. 선사는 건조가액의 10%만 부담했다. 카페리의 경우 정부는 전쟁 등 유사시 징발할 권한이 있지만, 이들 선박은 외국 선박으로 등록돼 징발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국내 여객선사의 한 대표는 “세월호 참사 후 여객선 안전 강화를 위해 세금을 투입한 배를 유사시 우리 정부가 이용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박은 정부 보조금을 다 갚으면 15년 뒤 선사 소유가 된다. 그전까지는 지분 절반을 보유한 해수부와 40%의 선박 자금을 빌려준 은행, 그리고 선사가 결합한 특수목적법인(SPC) 소유다. 해수부 관계자는 "여객선 펀드로 건조한 카페리는 민간금융도 참여해 비용을 조달했기 때문에 선박의 국내 등록까지 강제할 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