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사진으로 보니... LH 직원들, 황폐한 논·쓰레기장 사들여

입력
2021.03.10 18:00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신도시 예정지에서 사들인 땅은 원래 관리 안 되는 논 또는 작물을 심지 않은 전답, 쓰레기처리장 등이었다.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은, 매입 전 촬영된 해당 토지의 위성사진과 최근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을 비교해 보면 더욱 짙어진다. 개발에 따른 시세 차익을 넘어 이전 보상금을 극대화하기 위해 버려지다시피한 땅을 사들인 후 각종 묘목을 심은 정황이 두 장의 비교 사진 속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LH 직원이 지난 2019년 6월 3일 매입한 6,735㎡ 넓이의 경기 시흥시 과림동 농지에는 현재 검은 비닐이 씌워진 채 유실수 묘목이 빼곡하게 심겨 있다. 주변 고물상에 둘러싸인 이 땅은 2018년 촬영된 카카오맵 위성사진 속에서는 관리가 거의 안 되고 있는 논이었다. 벼로 추정되는 작물이 불규칙하게 널려 있고, 반 이상이 주저앉은 듯한 모습은 논인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유실수가 심긴 농지의 경우 이전보상비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점을 노리고 논을 사들여 묘목을 심은 것으로 추정된다.

LH 직원 소유로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해당 농지 바로 옆 고물상 부지 또한 유실수 묘목 밭으로 탈바꿈한 것으로 보아 신도시 예정지 내에서 이와 같은 편법 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LH 직원이 지난해 2월 27일 매입한 과림동의 또 다른 토지 역시 2018년 당시 스티로폼 등이 쌓인 쓰레기 처리장이었지만 지금은 검은 비닐이 덮이고 묘목이 가지런히 심겨 있다. 토지를 매입한 후 유실수를 심기 위해 쓰레기 처리장과 주변의 나무까지 밀어 버린 것으로 보인다.

야산과 학교 주변 자투리 땅마저 투기에 이용한 흔적도 위성사진으로 확인됐다. LH 직원이 2018년 4월 19일 매입한 넓이 5,905㎡의 무지내동 땅은 위성사진이 촬영된 2016년 당시 전체의 10분의 1 정도만 경작이 이루어지고 나머지는 비어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다양한 수종의 묘목이 심겨 있다. 그 사이 해당 토지 주변의 야산이나 야적장 등은 전혀 변화가 없었다.

LH 직원들로 시작된 신도시 투기 의혹은 공직사회까지 번지고 있다. 10일 광명시청은 직원 1,500명에 대한 자체 전수조사 결과, 소속 공무원 6명이 지난해 신도시 발표 전에 토지를 미리 매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광명시 공무원이 지난해 취득한 광명시 노온사동 농지의 경우 원래 비닐하우스 경작지의 일부였으나 매입 후 유실수를 심기 위해 비닐하우스가 자취를 감췄다. 10일 광명시의 발표 직후 찾아간 해당 토지에선 인부가 묘목을 심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었다. 또 다른 공무원이 지난해 취득한 가학동의 임야 역시 울창했던 나무가 사라지고 맨땅이 드러나 있었다.





투기 목적으로 공터를 사들여 건물을 지은 경우도 있다. 해당 시의원은 과림동의 한 쓰레기처리장 부지 임야를 자녀 명의로 매입한 뒤 2층 건물을 지었는데, 누가 봐도 쓰레기장 바로 옆에 주택을 신축하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

LH 임직원들이 2017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에서 사들인 토지는 2만3,000여㎡ 규모. 이 땅에는 현재 사과, 배나무 같은 유실수와 측백, 편백나무 등 희귀수종, 버드나무 묘목 등이 심겨 있다. 여기에 더해 해당 지역 지자체 공무원들까지 비슷한 투기 수법을 동원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민적 지탄을 넘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영권 기자
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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