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편혜영 '어쩌면 스무 번' 외

입력
2021.03.12 04:30
19면
문학·어린이 청소년

◇어쩌면 스무 번

편혜영 지음. 2019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호텔 창문'이 수록된 작가의 신작 소설집이 출간됐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쓰인 단편들 가운데 성격이 유사한 여덟 편을 골라 엮었다. 작품 속 주인공 모두 인적이 드문 소도시나 산골로 이동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곳으로 주인공을 이끈 과거 작은 실수가 어느 순간 거대한 위협이 되어 이들을 조여온다. 우리를 둘러싼 일상을 고밀도로 압축해, 표면화되지 않은 삶의 뒷모습을 감각하게 한다. 문학동네·232쪽·1만3,500원

◇환한 숨

조해진 지음. 신동엽문학상, 젋은작가상, 이효석문학상 등 문단 내 굵직한 문학상을 휩쓸며 저력을 보여준 작가가 2019년 '단순한 진심'으로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후 선보이는 첫 소설집이다. 2019년 김승옥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환한 나무 꼭대기'를 비롯해 총 9편의 소설이 수록됐다. 작가의 시선은 사회에서 소외되어 지쳐버린 남녀의 삶으로 향한다. 이들의 삶은 버겁지만, 결코 여기서 끝난 것은 아니라는 듯 웅크리고 있는 개개인의 사연에 숨을 불어넣는다. 문학과지성사·316쪽·1만4,000원

◇실크 스타킹 한 켤레-19, 20세기 영미 여성 작가 단편선

케이트 쇼팽 외 지음. 정소영 엮고 옮김.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시대와 국경을 뛰어넘어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여성 작가의 소설을 선보인다. 여성 최초로 문학 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한 이디스 워턴부터 20세기 대표적인 모더니즘 작가 버지니아 울프까지 총 11명의 작가가 쓴 13편의 소설을 엮었다. 수록작은 여성의 독자적 욕망과 자유의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던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쓰인 작품들로 특정했다. 이들의 선구적 상상력은 현재의 우리가 직면한 고민을 해석하는 데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문학동네·316쪽·1만4,000원

◇비행사

예브게니 보돌라스킨 지음. 승주연 옮김. 러시아 최고 현대문학에 수여하는 '빅 북 어워드'상을 수상한 '러시아의 움베르트' 예브게니 보돌라스킨의 장편소설이 국내에 처음으로 출간됐다. 한 세기를 건너뛴 주인공의 시간여행을 통해 20세기 러시아의 모습을 생생히 재현한다. SF와 추리,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를 매끄럽게 넘나들며 격동과 혁명의 시기를 묘사하면서도, 개인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메시지를 던진다. 은행나무·572쪽·1만6,500원

◇별들은 여름에 수군대는 걸 좋아해

아프리카 코이코이족, 산족 지음. W. H. 블리크 채록. 이석호 옮김. 최초의 현생 인류지만 늘 지구의 이방인이었던 코이산족이 발화의 주체가 되어 말하는 흔치 않은 기록이다. 믿는 것, 잃은 것, 지키는 것, 살아가는 것에 대한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익숙한 듯 새로운 안부를 건넨다. '문명의 진보'라고 믿었던 것들에 회의를 느끼는 시기. 세상의 처음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겪은 적 없는 무언가를 기억하게 한다. 갈라파고스·128쪽·1만1,500원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하지

박서련, 김현, 이종산, 김보라, 이울, 정유한, 전삼혜, 최진영 지음. 무지개책갈피 엮음. 현재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부터 신인까지, 여덟 작가의 신작을 한 권에 담았다. 퀴어 청소년의 사랑을 그렸지만, 소년들과 소녀들의 여덟 빛깔 사랑 이야기는 그저 '어떤 사랑'으로 자연스럽게 서술된다. 고통이나 커밍아웃 등 전통의 테마 대신 '사랑의 마음'에 주목한다.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이 책이 이끄는 '미움이 아닌 사랑이 살아남는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돌베개·200쪽·1만3,000원

◇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

송경화 지음. 출간 전 이미 드라마화가 결정된 현직 기자의 소설 데뷔작이다. 16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언론사 '고도일보'의 열혈 초짜 기자인 송가을이 베테랑 기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를 생생히 재현하는 가운데, 실제로 '박 대통령, 세월호 가라앉을 때 올림머리 하느라 90분 날렸다'(한겨레)를 보도했던 작가의 비밀스러운 취재 과정까지 엿볼 수 있다. 한겨레출판·372쪽·1만4,000원


◇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 1,2 (전 2권)

이철환 지음. 430만 부 베스트셀러 '연탄길'의 작가가 선보이는 장편소설로, '연탄길'의 한 장면에서 출발한다. 부모를 잃은 어린 남매와 시각장애인 등 사회에서 소외되기 쉬운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은 꾸준히 서로를 지키려 노력한다. 자칫 무겁고 쓸쓸할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담담하고 경쾌하게 그려낸 희망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시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서로에 대한 관심과 사람다움에 대한 이야기다. 특별한서재· 340쪽·1만4,500원

◇파란모자

조우영 글·그림. 이른바 '아웃사이더'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이자 새로운 환경을 만날 때마다 잔뜩 겁을 먹고 움츠러드는 보편적인 걱정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모두의 불안을 이해해 주고 다독이는 한편, 각자 자기 모습대로 살면 된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삶에는 정답이 없고 억지로 씩씩해질 필요도, 모두가 '인싸'가 될 이유도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새출발을 앞둔 모두가 읽으면 좋을 그림책이다. 바람과아이들·44쪽·1만3,000원

◇슬기로운 소시지 도둑

마리안네 그레테베르그 엔게달 글·그림. 심진하 옮김. 한 해 동안 가장 우수한 노르웨이의 아동, 청소년 도서에게 수여하는 '노르웨이 문화부상'에서 2019 최고의 그림책으로 선정됐다. 도둑질이 하기 싫은 꼬마 도둑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나가는 방법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독특하고 다양한 등장인물, 개성 넘치는 일러스트를 통해 사람들이 얼마나 다른 존재일 수 있는지, 나답게 사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 미래아이·32쪽·1만3,000원

◇그림자 어둠 사용법

전자윤 글. 주민정 그림. 40여 년 넘게 재능 있는 신인 동화작가들을 발굴해온 '샘터 동화상' 당선작이다. 사람과 똑같이 눈, 코, 입이 있으며 말까지 할 줄 아는 특별한 그림자와 주인공 지훈이의 끈끈한 우정을 따뜻하게 그려냈다. 그림자라는 소재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한편 지훈이가 처한 '아동학대'라는 상황은 현 시대의 아픔을 담아낸다.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어 줄 것. 이 동화가 전하는 메시지다. 샘터·44쪽·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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