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명당 390명... "성별 불일치, 정신장애 아니다"

입력
2021.03.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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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0만명 당 390명.

2017년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에서 추정한 트랜스젠더 비율이다. 미국과 사정은 다를 수 있겠지만 한국의 인구수에 그대로 대입해보면, 약 20만명 가량이다.

트랜스젠더란 생물학적 성별과 자신이 인지하는 성별이 다른 사람을 뜻한다. 이 불일치 탓에 트랜스젠더는 △몸에 대한 혐오감 △자신과 타인이 인식하는 성별이 다른데 따른 불편함을 느끼는데, 이를 성별위화감(젠더 디스포리아)이라고 한다.

디스포리아는 인간의 자연스럽고 다양한 모습 중 하나라는 것이 세계 의학계의 공식 입장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질병분류에서 “성별불일치가 정신장애가 아니라는 점이 명백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미국 정신의학회(APA) 역시 디스포리아가 장애가 아닌 상태라고 간주한다. 탕펑(唐鳳) 대만 디지털 정무위원(장관급)과 레이철 레빈 미 보건복지부 차관보도 트랜스젠더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트랜스젠더의 약 60~70%는 디스포리아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 조치를 원한다. 미 캘리포니아 주(州)가 트랜스젠더 31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호르몬 치료를 받았을 때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경우(51.3%)가 아무 조치를 받지 않은 경우(75.2%)보다 23.9%포인트 낮았다.

관련 정신과 진단을 받아야 호르몬 치료 등이 가능한데도, 국내에선 디스포리아 해소의 첫 관문인 트랜스젠더 진단조차 쉽지 않다. 인권위에 따르면, 정신과 진단을 받지 않은 트랜스젠더 중 26.3%가 그 이유로 "제대로 진단해줄 병원을 찾지 못해서"라고 답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 정현(활동명·31)씨는 "각자 경험을 토대로 퀴어 프렌들리한 정신과 병원 정보를 리스트업하는 '성소수자알권리보장지원 노스웨스트호'라는 블로그가 3년 전 처음 생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로의 경험에 기대어 작은 정보라도 나누는 것이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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