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일 주일 한국대사가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를 통해 일본과 대화할 준비가 돼있다고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일본 정부가 우리의 메시지에 긍정적으로 화답해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강 대사는 이날 도쿄 한국대사관에서 가진 첫 특파원 간담회에서 "도쿄올림픽과 포스트 코로나 국제질서 준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등 한일 양국이 협력해야 할 사안이 너무도 많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 1월 22일 부임한 강 대사는 2주 자가격리 후 지난달 12일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외무성 사무차관과의 면담으로 공식 대외활동을 시작했다.
강 대사는 간담회에서 "현지에 와보니 생각보다 분위기가 차가운 것 같다"며 "최악의 상태란 것을 한국에선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부임 소감을 밝혔다. 강 대사는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공명당 대표 등 일본 정계 인사들과 면담했지만,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장관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이는 "징용 문제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수용할 만한 해법을 한국이 제시할 때까지 면담에 응하지 않겠다"(요미우리신문)는 일본 정부 내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이와 관련 주일 한국대사관 고위관계자는 이날 특파원 간담회에서 "일본에선 (징용 및 위안부 문제에 대한) 대안을 가져오라고 하는데 한국 외교부, 청와대가 준비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상 테이블에 앉아 얘기를 나누다 보면 대안이 만들어지는 것이고, 이런 게 외교의 순리적인 절차다. 대화하자는 것"이라고 '선(先) 대화 재개'를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의 양국 관계에 대해 '국내 정치권 일각에서 일본을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는 질문이 나오자 "문 대통령은 반일주의자가 결코 아니다"며 "일본에선 문 대통령을 반일주의자로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위안부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주장한 데 대해선 "그것도 하나의 방안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며 "피해 당사자가 말씀하셨기 때문에 (정부에서)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강 대사는 이날 인사말을 통해 "내일은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지 10주년이 되는 날"이라며 "희생된 모든 분과 유족께 애도와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강 대사는 "10년 전 대지진 발생 후 우리 정부는 신속대응팀을 급파했고,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으는 등 진심 어린 지원을 했다"면서 "양국은 여전히 가깝고 소중한 이웃이며 이웃의 아픔은 곧 우리의 아픔"이라고 말했다.
강 대사는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이 시작되는 이달 25일 전후로 지진 피해를 입었던 동북부 지방을 방문해 주민들을 만나고 위로를 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