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교통망 정비사업에 대만이 뿔났다. 본토와 대만을 잇는 해저터널을 또다시 거론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대만과의 통일을 강조하며 평화보다 무력을 앞세우는 상황에서 자극 수위를 높인 셈이다. 대만을 겨냥한 중국 공군기지 확장공사까지 겹쳐 대만의 경각심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1일 ‘국가종합입체교통망’ 계획을 공개하며 2035년까지 70만㎞의 도로와 철도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주요도시를 3시간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구상이다. 지구에서 달까지(38만㎞) 왕복할 수 있는 거리에 육박한다. 중국은 2035년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 남동부 푸젠성 핑탄현과 대만 신주시를 연결하는 135㎞ 해저터널이 계획에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대만해협 양쪽이 연결되면 베이징에서 타이베이까지 한달음에 내달릴 수도 있다. 영국과 프랑스를 연결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유로터널(50.45㎞) 보다 두 배 이상 길다.
중국 공정원이 4년 전 설계안을 완성한 터라 터널 자체가 새로운 이슈는 아니다. 하지만 대만은 이번 발표를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중국의 파상공세가 위협적인 탓이다.
중국은 연례 최대정치행사 양회를 4일 시작하면서 대만과의 통일을 언급하는 빈도가 부쩍 늘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정부업무보고에서 과거 “중국의 평화적 통일 추진”이라는 표현 가운데 ‘평화적’이라는 말을 뺐다. 우첸(吳謙) 국방부 대변인은 “양안 통일을 위해 무력사용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는 “민족통일 입법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이에 타이완뉴스 등 대만 매체들은 “해저터널은 비현실적”이라고 조롱하면서도 “중국 정부가 국내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속임수”라고 경계했다. 중국 내부 단속을 위해 대만을 계속 위협한다는 것이다. 왕팅위(王定宇) 대만 민진당 의원은 “중국은 이웃을 탐하지 말고 스스로를 돌보라”고 훈계하면서 “중국의 교통과 건설분야에서 부패와 횡령으로 많은 공무원들이 구속됐다”고 비꼬았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대만해협과 인접한 공군기지 두 곳의 활주로와 계류장을 확장하고 있다. 대만과 각각 170㎞, 190㎞ 떨어진 위치다. 전투기가 출격하면 불과 7분 만에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 닿을 수 있다. 대만 연합신문망은 전문가 견해를 인용, “중국의 공격시간을 줄여 기습타격에 나설 수 있어 전술적 가치가 높은 기지”라고 평가했다. 반면 중국 환구시보는 “대만 매체들이 위협을 과장해 반중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