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곤경을 모면하려던 철없는 거짓말이 참혹한 비극을 불렀다. 지난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프랑스 역사교사 참수사건이 잦은 결석으로 정학당한 13세 여학생이 꾸중듣지 않으려 꾸며낸 한마디 말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 경찰 당국은 이 학생이 이슬람 극단주의자에게 살해된 교사 사뮈엘 파티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심지어 이 학생은 파티의 수업에 참석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외신이 재구성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파리 근교 콩플랑생토노린중학교 교사였던 파티는 지난해 10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수업을 하던 도중 이슬람교도 사이드ㆍ셰리크 형제가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무함마드 풍자 만평을 문제 삼아 2015년 1월 편집국에 총을 난사해 12명이 사망한 테러사건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다음날 수업에서 이 만평을 보여줄 생각인데 혹여 충격받을 수도 있으니 무슬림 학생들은 눈을 감거나 복도에 나가 있어도 된다고 얘기했다.
이 학생은 이날 수업에 나오지 않았다. 결석을 자주해 이미 정학 처분을 받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아버지에게 혼날까 봐 겁났던 학생은 친구에게 들은 수업 내용을 토대로 “무함마드 풍자 만평을 보여준 교사에게 항의하다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됐다”고 거짓으로 둘러댔다.
격분한 아버지는 다음날 학교에 찾아가 항의하고 파티를 경찰에 고소했다. 페이스북에 파티의 이름과 연락처도 공개했다. 이 게시물은 소셜미디어로 퍼지며 체첸 출신 이슬람 근본주의자 압둘라흐 안조로프의 눈에 띄었고, 파티는 그로부터 며칠 뒤 안조로프에게 무참히 살해됐다.
이는 생전 파티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파티는 피살 나흘 전 경찰 조사에서 “나를 고소한 학부모의 자녀는 당시 교실에 있지도 않았다”고 진술했다.
사건 발생 이후에도 오랫동안 침묵하던 학생은 다른 학생들이 파티가 무슬림 학생들을 강제로 내쫓지 않았다고 진술한 사실을 경찰에게 전해 듣고서야 뒤늦게 진실을 털어놓았다. 학생은 법원에서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면서 눈물을 흘렸지만, 후회하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