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북 경주시 감포 앞바다에서 어선이 침몰하는 사고가 있었죠. 이 사고로 6명이 실종됐는데, 그중 한 명이 침몰하면서 생긴 에어포켓에서 40시간을 버티다 구조돼 살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는데요. 우리는 이 뉴스를 보고 '기적'이라고 표현합니다. 차가운 바닷물에 저체온증이 올 수도 있고, 물에 빠져 숨을 쉬지 못할 수도 있어 선박 침몰 사고에서 살아남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죠.
그런데 얼마 전 태국 앞바다에서도 이렇게 극적으로 살아난 생명이 있다고 합니다. 그 존재는 다름 아닌 '고양이' 4마리였는데요.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요?
때는 지난 3월 2일, 태국 타루타오 해양국립공원 코 아당섬 앞바다에서 어선 한 척이 침몰했습니다. 태국 해군은 침몰된 선박에서 선원들을 구조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는데요. 그 결과 다행히도 8명의 선원 모두 무사히 구출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배에서 기름이 샐 위험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유출된 기름이 해수면과 주변 해양 생태계를 오염시킬 우려가 있어 태국 해군은 사고 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는데요. 상황을 살피던 해군 항공해안방위사령부 1급 하사관 위치트 푸크텔론은 배에서 움직임을 관찰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고양이 한 마리가 배 바깥으로 머리를 빼꼼 내밀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살아있는 고양이가 배에 남아있다는 사실을 안 태국 해군은 곧장 구조 작전에 들어갔습니다. 항공해안방위사령부 작전부대에 소속되어 있던 사폰 사이는 "사고 현장에 가까이 가보니 배 뒤쪽에 불길이 치솟고 있었고, 고양이 4마리가 선박 구조물에 모여 있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는데요.
곧 배가 완전 침몰될 것 같아 사폰 사이는 구명조끼를 입고 허리에 밧줄을 맨 채 사고 선박에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고양이들을 자기 어깨 위에 올렸고, 사이의 동료들은 그를 배로 끌어올렸습니다.
기름이 유출돼 선박이 폭발할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었지만 태국 해군들의 재빠른 구조 덕분에 고양이 4마리 모두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사폰 사이는 "고양이들이 바다에 빠져 죽거나 탈수증으로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며 고양이들을 구조해 정말 다행이라고 밝혔는데요.
태국 해군의 빠른 조치 덕분에 목숨을 구한 고양이들은 현재 코 아당섬 근처에 있는 해군 지휘소에서 구조 대원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뜨거운 불길이, 다른 한쪽에서는 차가운 바닷물이 있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 속에 있던 고양이들이 얼마나 두려웠을까요. 위험을 무릅쓰고 그런 고양이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태국 해군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