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야생조류협회가 정세균 국무총리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박남춘 인천시장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을 통해 안산~인천 고속도로 건설 사업에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해당 구간은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12개 구간 중 유일한 미착공 구간이다.
9일 송도습지보호지역·람사르습지보전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아피치 라우(Apache Lau) 홍콩야생조류협회 의장은 '람사르 습지 송도갯벌을 관통하는 해상교량 건설에 대한 우려'라는 제목의 서한을 총리 등에게 지난달 말 우편으로 보냈다.
라우 의장은 서한에서 "안산~인천 고속도로가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향후 람사르 습지 관리와 이용에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그동안 습지와 생물 다양성 보존을 위해 기울인 다양한 노력과 중요한 공헌, 약속을 상기하고 계획을 철회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수십 년간 인천경제자유구역 조성 도시 개발로 송도갯벌 면적이 급격하게 줄었다"며 "철새들의 생존을 위해 송도 지역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송도갯벌을 보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6.11㎢ 규모의 송도갯벌은 멸종위기의 저어새 번식지이자 도요물떼새류 등 철새의 월동지다. 수도권 최대의 람사르 습지 기록도 갖고 있다. 2014년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1957년 설립된 비정부 조직인 홍콩야생조류협회가 있는 홍콩의 마이포 습지와는 2019년 자매서식지 협약을 맺었다.
송도갯벌 습지보호지역을 관통하는 19.4㎞ 길이의 안산~인천 고속도로는 습지 훼손 우려 등으로 지연됐으나 올해 초 한국도로공사가 기본·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하면서 재개된 상태다. 국토부는 환경단체가 요구하는 노선 변경이나 해저터널 등은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기존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위 측은 "이번 공개 서한은 람사르 습지 훼손을 우려하는 국제단체의 첫 번째 공식 입장"이라며 "국제협약 위반을 우려하는 국제단체들의 공식 입장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