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사퇴 직후 대선주자 지지율이 급상승한 윤석열 전 총장이 주목을 받자, 잠잠하던 야권 잠룡들도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지난해 21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사실상 정계 복귀를 선언했고,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 등도 주요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부쩍 높이고 있다.
황 전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미력이지만 저부터 일어나겠다"며 "다시 국민 속으로 들어가, 문재인 정권에 대한 공분을 나누고 희망의 불씨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총선 참패 이후 정치 무대에서 사라진 뒤, 11개월 만에 사실상 복귀를 선언한 것이다. 황 전 대표는 그러면서 "지금은 백의종군으로 홀로 외롭게 시작하지만, 제 진심이 통해 국민과 함께 '늑대'를 내쫒을 수 있기를 바라고 바란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를 '늑대'에 비유하면서 각을 세운 것이다. 그는 이어 "이번 4·7 재보선이 마지막 기회다"라며 "여기서 실패하면 이 정권의 폭정은 내년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에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한 셈이다.
앞서 황 전 대표는 지난달 당 대표 시절 특별보좌역과 나눈 총선 참회 대담집 '나는 죄인입니다'를 출간하면서 정계복귀 가능성을 내비쳤다. 윤 전 총장이 사퇴한 지난 4일에는 이육사 시인의 '광야'를 인용하며 "나라로부터 큰 혜택을 받은 내가 보잘것없는 힘이지만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도 했다. 황 전 대표는 최근 내년 대선을 대비한 조직까지 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야권 대선주자들도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대권 도전을 위한 캠프를 꾸린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4·7 서울시장 보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유 전 의원은 '경제 대통령' 이미지 선점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9일에는 SNS에 "내년 대선은 대한민국의 새 희망을 만드는 선거가 돼야 한다"며 "그 출발점은 경제"라고 강조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투기 의혹 등 문재인 정부의 주요 현안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고,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여권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다만 이들 야권 대선주자들이 아직 윤 전 총장을 뛰어넘을 만한 경쟁력을 보이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6~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범야권 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윤 전 총장이 29.8%로 가장 높았다. 홍 의원은 9.6%, 유 전 의원은 5.7%로 나타났다. 황 전 대표는 3.1%에 그쳤다. 때문에 당분간은 이들이 윤 전 총장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며, 이를 파고들 틈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이날 "윤 전 총장이 반문재인 진영의 대선주자로 확실하게 부상한 만큼, 이를 예의주시하며 치고 나갈 틈을 찾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