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방자치단체마다 의욕적으로 뛰어들었던 음식 배달 중계 서비스 '공공배달앱'이 코로나19라는 특수를 맞은 시점임에도 갈수록 이용자를 잃어가고 있다. 민간 경쟁자들에 비해 인력, 자금, 기술, 편의성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지구력과 실력 부족을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명분만 앞세운 '관(官) 주도 정책'의 근본적 한계를 다시 한번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호 공공배달앱으로 이달 13일 출시 1주년을 맞는 전북 군산시 '배달의명수'의 2월 이용자 수는 3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월 사용자가 7만명 수준까지 올랐지만 성수기인 12월에도 3만7,000명에 그친 이후 계속 감소세다.
경남 거제시의 '배달올거제'는 하루 이용자 수가 1,000명 안팎에 머물러 있다. 서울시가 운영 중인 공공배달 조합 소속인 '먹깨비'는 12월 9만3,000명에서 2월 7만2,000명으로 내려앉았다.
그나마 이재명 지사의 홍보 효과로 선방 중인 경기도 '배달특급'이 20만3,000명을 기록했지만, 이 역시 작년 12월에 비하면 1만명 넘게 빠져나간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압도적 1위를 차지한 민간 앱 '배달의민족'은 1,715만명에서 1,728만명으로 오히려 이용자가 늘었다. 이처럼 존재감 없는 공공배달앱이지만 이미 운영 중이거나 출시를 앞둔 지자체가 14곳에 달한다.
업계에선 공공배달앱의 부진을 예견된 수순이라고 말한다. 낮은 수수료(0~2%)로 민간 배달앱(6~12%) 대비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는 '착한 소비'를 일으키겠다는 취지는 더없이 훌륭하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와 입점 업체를 묶어둘 '플랫폼 이해도'가 부족한 데다, 기술과 마케팅, 자금 운용력 등도 떨어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배달앱 관계자는 "고객은 선택권, 음식점은 매출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선 양쪽 모두 끌어들일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며 "일일이 음식점을 방문해 설득과 지원을 하고, 개발자가 365일 매달려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구축해야 하지만 공무원 인력이나 외주 위탁으론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세금 투입에 의존하는 방식 역시 한계가 뚜렷하다. 주요 공공배달앱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10% 할인 혜택이 주어지는 지역화폐 사용을 유도한다. 지자체 예산이 배달앱 마케팅비로 투입되는 셈이다. 12월과 1월 배달특급 전체 결제액 중 약 70%가 지역화폐로 거래됐다.
공공 앱을 민간과 경쟁시킨 것부터 무리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명 지사는 "사회적·경제적 약자 갈취 및 부당 이익을 챙기는 것은 기술혁신도 아니고 4차 산업혁명도 아니다"면서 공공배달앱 취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공공과 민간이 같은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것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한국유통학회장)는 "민간기업처럼 의사결정이 빠르게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공익성'이란 기준까지 추가되면 소비자 니즈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배달의민족은 '먹방'을 시청하면서 바로 음식을 주문하는 신규 서비스도 시작했다. 하지만 공공배달앱은 업주 전용 앱이나 주문처리 자동화 등 기본 시스템에서도 뒤처지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정 회장은 "독과점 문제를 공공서비스로 해결할 게 아니라 다른 기업의 참여와 경쟁 활성화를 유도하는 기준과 제도로 공정 환경을 마련하는 게 정부 역할"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