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자도 친양자 입양, 주거공유 지원"… '1인가구 지원' 법·제도 손질

입력
2021.03.09 17:21
1면
법무부, '사회적 공존, 1인가구' TF 발족
가족 개념 재정립, 반려동물 지위 개선 등
'친족·상속·주거·보호·유대' 5대 중점 과제

1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에 발맞춰, 정부가 다인 가구 중심인 현행 법과 제도 손질에 나섰다. ‘친양자 입양 조건 완화’ ‘셰어하우스(공유주택) 주거 지원’ ‘반려동물 법적 지위 개선’ 등에 대한 본격 검토에 착수한 것이다.

법무부는 1인 가구의 사회적 공존을 지원하는 법제 개선 방안 논의를 위해 지난달 3일 ‘사공일가(사회적 공존, 1인 가구)’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고 9일 밝혔다. 사공일가 TF는 건축가ㆍ작가ㆍ인문학 교수ㆍ다큐멘터리 프로듀서(PD) 등 1인 가구 관련 경력을 가진 다양한 배경의 개방형 민간위원들로 구성됐다.

법무부는 TF 발족 및 논의 착수 배경으로 ‘1인 가구 비중의 급증’을 들었다.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중은 2000년 15.5%에서 2015년 27.2%, 2019년 30.2%로 갈수록 치솟으면서 이제는 주된 가구 형태로도 자리잡았다. 주요 원인으로는 △타 지역 진학ㆍ취업 △미혼ㆍ만혼ㆍ비혼(非婚)주의 확산 △이혼 및 기러기 부부 증가 △배우자와의 사별 등이 꼽힌다. 그럼에도 여전히 다인 가구 위주의 정책만 지속되고 있고, 1인 가구 관련 정책은 ‘지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보다 근본적인 법제 손질이 필요하다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사공일가 TF가 논의할 5대 중점 과제는 △친족 △상속 △주거 △보호 △유대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전통적인 혈연 중심의 가족 개념을 벗어나, 결혼이 아니라 다른 계약관계로 맺어진 형태의 가족도 민법상 가족에 포함시킬지 검토된다. 예컨대 프랑스의 경우, 결혼과 사별, 이혼, 독신, 시민연대협약, 동거 등 6가지 유형의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있다. 또 미혼과 비혼주의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기존에는 혼인 상태의 부부들만 가능했던 친양자 입양을 미혼자에게도 허용하는 방안을 살펴볼 예정이다.

상속과 관련해서는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 등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이른바 ‘구하라법’, 부모를 부양하지 않을 경우 자녀가 물려받은 재산을 반환토록 하는 ‘불효방지법’ 등이 다뤄진다. 또 주거와 관련, 주거 공유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임차권 양도ㆍ전대 요건을 완화하거나, 1인 가구도 집합건물 관리ㆍ변경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전자관리단집회 제도 등을 도입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이밖에 2013년 도입됐으나 실제 신청은 저조한 임의후견 제도(고령 등으로 의사 판단 능력이 흐려질 때를 대비해 자산 관리 등을 위탁할 후견인을 지정하는 절차)의 활성화 방안, 현행법상 물건으로 구분되는 동물의 법적 지위를 개선하고 반려 동물의 압류를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법무부는 향후 격월 1회 대면회의 등으로 사공일가 TF를 운영하면서, 자체 검토 및 논문 공모를 통해 발굴한 제도 개선 방안도 함께 살펴볼 방침이다. 다만 이제 막 검토를 시작한 단계라, 실질적인 법제 개선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단편적 제도 개선으로 해결되는 문제들이 아니고, 법 체계적으로도 근본적인 부분들을 변경해야 하는 만큼 많은 분들의 뜻을 모아야 한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논의 참여를 당부했다.

정준기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