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폐쇄하면서 중국 개입엔 입닫은 미얀마 군부

입력
2021.03.0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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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운동 보도' 미얀마 나우 등 언론사 5곳에 재갈
"반중정서 막아라" 中 언론통제 압력 정황 드러나 
양곤 시민, 시위대 포위한 군경에 야간에도 항의 시위

미얀마 군부가 결국 언론마저 탄압하고 나섰다.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군경 피해는 보도하지 않았다며 자국 언론사 5곳을 강제 폐쇄한 것이다. "인내가 다 했다"고도 했다. 정작 중국으로부터 언론통제 요청을 받은 사실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9일 외신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는 전날 국영방송을 통해 "언론사 5곳의 출판 허가를 취소하고 강제 폐쇄 조치를 취했다"고 발표했다. 시민 저항과 참상을 발 빠르게 전 세계에 타전한 독립언론 ‘미얀마 나우’를 비롯해, 시위 현장을 생중계한 미지마, 버마의민주소리(DVB) 등이 대상이다. 5개 언론사의 기사 생산은 이날 오전 10시 이후 멈췄다. 미얀마 나우 홈페이지에는 '군사정권이 미얀마 기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중요한 보도를 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기존 배너만 쓸쓸히 떠 있다.

군부는 언론사 폐쇄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쿠데타를 주도한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해당 언론사들은 법에 따라 폭력 시위대를 진압하던 군경의 피해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그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만 조명해 미얀마인과 국제사회에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만 해 대책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시위 진압 병력 1명이 사망하고 101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의 희생은 언급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언론에 떠넘긴 것이다.

이 와중에 중국의 언론 통제 요청 정황이 뒤늦게 알려졌다. 현지매체 이라와디가 확보한 외교문서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말 미얀마 내 반중(反中) 정서와 관련해 "중국에 긍정적인 기사가 나가도록 군정이 언론을 통제해야 한다"고 압력을 넣었다. 군부와 중국 외교부는 관련 사안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군부의 탄압은 노골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시위 진압을 넘어 야밤 기습 자택 습격 및 체포가 잇따르고 있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깃발이 걸린 집은 예고없이 들이닥쳐 방을 뒤지고 시위 참가를 빌미로 시민들을 붙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대학 등은 군기지로 변하고 있다. 군부는 "인내가 다 해 간다"라며 "법치주의를 위해 시민불복종운동(CDM)을 막아달라는 요구에 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이날도 카야주(州) 등 전국에서 반군부 구호를 외쳤다. 양곤 시민들은 전날 밤 군경에 의해 포위된 산차웅 지역 시위대의 안전 보장을 위해 통행금지령이 발동된 밤에도 거리로 나섰다. 버티던 군은 이날 유엔까지 비판하고 나서자 새벽에 슬그머니 시위대를 풀어줬다. 국경을 접한 태국에선 대규모 피난을 대비해 난민촌이 만들어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