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오늘의 팬데믹

입력
2021.03.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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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1918 플루

세계보건기구(WHO)가 1년 전 오늘(3월 11일)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약 4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1968년 홍콩 조류독감과 2009년의 신종플루에 이은 세 번째 팬데믹 선언이었다. WHO 집계 세계 코로나19 감염자는 3월 8일 현재 약 1억1,700만명이고 사망자는 약 259만명이다.

100년 전인 1918년 3월, 20세기 최악의 전염병이 시작됐다. '스페인독감'이라 불린 '1918 인플루엔자 팬데믹'이다. WHO가 1948년 출범했으니 '공식' 팬데믹은 아니지만 최소 200만~500만명이 숨졌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피해 규모는 워낙 불분명해 발표자에 따라 편차가 무척 크다. 가장 최근인 2018 미국 전염병학회지(American Journal of Epidemiology)는 1920년 봄까지 약 5억명이 감염돼 최대 1,7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추정했다. 당시 세계 인구가 약 18억명이었다.

1차대전 중이었다. 전염병은 군 사기와 전황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적지 않은 전쟁 사가들이 1차대전 조기 종식의 이유 중 하나로 '스페인독감'을 꼽을 정도였다. 어쨌건 당시 연합국과 추축국(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이탈리아)은 전염병 피해 규모는 물론 발병 사실조차 알려지는 걸 통제해 정확한 피해규모는 지금도 불분명하다. 이름이 '스페인독감'이라 불린 까닭도 스페인이 비(非) 참전국이어서 '독감' 보도 통제를 덜했던 탓이었다.

진원지 역시 미국 영국 중국 등 설이 분분하지만, 1918년 3월 4일 미국 캔자스주의 한 군 기지에서 발병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쉬쉬하던 중 바이러스가 뉴욕으로 번진 게 3월 11일이었고, 결국 미국 인구(1억500만명)의 약 28%가 감염돼, 50만~80만명이 숨졌다. 총독부 기록에 따르면 식민지 조선도 그 '무오년 독감'으로 인구(1,759만명)의 16.3%인 288만여명이 감염돼 약 14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