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3년 메리 앤더슨(1866~1953)이 특허를 낸 자동차 와이퍼는 필요할 때마다 차 안에서 레버를 돌려야 하는 수동식이었다. 1917년 캐나다 여성 샬럿 브리지우드가 개발한 전동 와이퍼는 엔진 동력으로 만들어진 전기로 고무 롤러를 미는 방식이었다. 엔진 압축공기로 블레이드를 움직이는 현재 방식은 미국 포드사가 1929년 처음 도입했고, 엔진이 꺼져도 배터리 전기로 와이퍼를 작동시키는 차는 1936년 GM사가 캐딜락에 처음 적용했다. 와이퍼 역사의 첫 두 여성 발명가는, 짧은 특허권 기간과 너무 늦은 실용화 탓에 돈을 벌지는 못했다.
눈비 양에 따라 와이퍼가 단속적으로 움직이는, 오늘날 모든 자동차에 달린 자동 와이퍼는 미국인 발명가 로버트 컨스(Robert Kearns, 1927.3.10~ 2005.2.9)가 1967년 고안한 방식이다. 하지만 컨스 역시, 발명 혜택은커녕 당시 빅3를 비롯한 자동차 업계 전체와의 잇단 특허권 분쟁으로 인생을 소진하며 건강을 잃고, 이혼까지 감당해야 했다.
1953년 결혼식 피로연 도중 샴페인 뚜껑에 왼쪽 눈을 실명한 그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와이퍼 때문에 운전이 불편했다고 한다. 그는 약 10년 연구 끝에 눈꺼풀처럼 적절한 간격으로 작동하는 와이퍼를 개발, 1967년 특허를 낸 뒤 포드 본사를 방문했다. 반색하던 운영진과 기술진은 하지만, 일언반구 없이 1969년 새 모델에 컨스의 아이디어를 훔쳐 썼고, 컨스는 지리한 협상이 무위로 끝나자 1978년 소송을 제기했다. 포드사는 '기존 기술을 조합한 것일 뿐'이라며 특허 도용 사실을 부정했지만, 1990년 법원은 '대다수 발명이 기존 요소의 새로운 조합의 결과'라며 컨스의 특허권을 인정했다. 크라이슬러와의 소송에서도 그는 대법원에서 승리했다. 그 와중에 지친 아내는 1989년 그와 이혼했고, 컨스는 이혼수당을 지급하지 못해 한 달여 옥살이까지 해야 했다.
숨질 때까지 그는 자신이 개발한 단속형 와이퍼가 없는 낡은 포드 픽업 트럭을 몰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