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시위 현장에 생리대가 등장한 까닭은

입력
2021.03.09 10:00
'성차별적 통념으로라도'...  시위대, 군부 막으려 안간힘
미얀마 전통 통치마 '타메인' 앞세우기도

미얀마 반쿠데타 시위대에 대한 군부의 유혈 진압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시위 현장에 생리대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맨몸으로 맞서다시피 하는 미얀마인들은 창의적인 방식으로 군부에 맞서며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생리대를 비롯한 여성의 속옷과 치마 등은 이들이 동원한 가장 최근의 수단인 셈이다.


8일 미얀마 트위터 이용자들에 따르면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전역에서는 높게 걸린 빨랫줄에 생리대와 속옷, 전통 통치마 '타메인(Htamain)' 등이 걸린 모습이 눈에 띈다.

이는 성차별적 통념으로라도 군부의 진압에 저항하고자 하는 시위대의 간절한 바람이 담긴 결과물이다. 미얀마에서는 이 같은 여성용품이 걸린 빨랫줄 아래로 통과하는 남성은 남성성을 잃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믿음은 여성 비하적인 데다 미신에 가까워 젊은 세대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성차별적 성향이 아직 남아 있는 군인과 경찰에는 통한다는 게 시위대의 생각이다.


시위대는 군인들이 상관의 얼굴을 밟지 못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 사진을 바닥에 붙이기도 하는데, 이 사진 위에 생리대를 붙여 놓은 경우도 있다.

특히 이처럼 생리대 등을 앞세운 시위는 세계여성의날(3월 8일)을 맞아 미얀마 시위 과정에서 존재감이 커진 여성의 영향력을 나타내기도 한다. 2일 트위터에는 미얀마 카야주(州) 로이코의 한 여성 시위대가 생리대·브래지어 등과 함께 "군부는 생리대나 브래지어가 보호해 주는 만큼도 우리를 보호해 주지 못한다"는 팻말을 내건 모습이 올라오기도 했다.


생리대는 역설적이게도 시위대 사이에서는 여성 혐오적인 통념을 없애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미얀마 군경의 무차별 총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트위터 이용자(@ZweLwinMyanmar)는 "이번 시위가 미얀마의 여성혐오적인 경향을 없애주고 있다"며 "남성 시위대가 곳곳에서 지혈 수단으로 여성 생리대를 사용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김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