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방위비 협상 타결, 동맹 강화 계기로

입력
2021.03.0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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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은 미 워싱턴에서 열린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에서 사실상 원칙적 합의를 이뤘다고 7일(현지시간) 밝혔다. 2020년 주한미군 분담금 규모를 정하는 이번 협상은 당초 2019년 타결돼야 했던 것이다. 한미 협상 실무진은 지난해 3월 13% 인상안에 잠정 합의했으나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배 증액’이란 터무니없는 요구를 고집하며 무산됐다. 답답했던 협상이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46일 만에 전격 마무리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합의의 내용도 인상적이다. 구체적인 인상률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상식적인 범위에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 유효 기간이 2025년까지인지도 주목된다. 외신들이 전한 대로 6년짜리 합의라면 매년 소모적 협상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이 예정된 가운데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이 시작되는 날 협상 타결 소식이 나온 점도 주목된다. 두 사람은 15∼17일 일본에 이어 1박 2일 방한 예정이다. 중단됐던 한미 2+2(외교+국방) 회담이 5년 만에 재개될 것이란 기대는 더 커졌다.

이런 미국의 전향적 행보는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민주주의 국가들과 동맹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새 정부 출범 후 첫 2+2 해외 방문국으로 한일을 택한 이유다. 미중 패권 경쟁이 가시화하면서 한국의 위상은 더 중요해졌다. 미국은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 4대 핵심 품목에 대한 공급망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미중 충돌이 ‘관세 전쟁’이 아닌 ‘기술 경쟁’이 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우리 기업들이 국제 경쟁력을 갖고 있는 품목이라 한국 경제에는 위기이자 기회다. 우리도 외교·안보·경제 전략을 유기적으로 재검토할 때다. 한미 동맹을 단순히 복원하고 정상화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우리의 외교 철학과 국익에 부합하는 쪽으로 동맹을 한 단계 격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