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도 얼굴 가리는 '부르카·니캅' 공공장소 착용 금지

입력
2021.03.08 08:13
국민투표 51% 찬성으로 통과
마스크 착용은 금지 대상 제외
착용 시민 30명뿐... 반발 고조

앞으로 스위스에서도 얼굴 전체를 가리고 식당이나 상점과 같은 공공장소를 다닐 수 없게 된다. 사실상 이슬람 여성의 전통 복장인 ‘부르카’ ‘니캅’ 등을 겨냥한 착용 금지 조치다. 이번에도 ‘테러 예방’과 ‘종교 탄압’이란 찬반 여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7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스위스인포와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실시된 국민투표 결과, 약 51% 찬성으로 얼굴 가림을 불허하는 내용의 조항이 헌법에 도입된다. 통과된 안건을 보면 보안이나 기후, 건강 등의 이유를 빼곤 누구나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가리는 복장을 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최고 1만스위스프랑(약 1,200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마스크 착용은 가능하다. 예배 장소도 금지 대상에서 제외된다.

옹호 측은 얼굴을 가린 과격 시위 등을 막기 위해 제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법안에는 눈까지 가린 부르카나 눈만 가리지 않은 니캅 단어가 명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찬성 캠페인을 주도한 우파 스위스국민당의 홍보 포스터에는 검은색 니캅 차림 여성 이미지 위로 ‘과격 이슬람주의 그만’ ‘극단주의 그만’ 등의 구호가 적혀 있다. 1사실상 ‘부르카 금지법’으로 불리는 이유이다. 현재 2개 지역에서 이미 공공장소에서 부르카 착용을 불허하고 있다.

반대 진영은 이슬람 혐오 확산과 스위스를 찾는 무슬림 관광객 수 감소 등을 우려한다. 특히 스위스에서 부르카ㆍ니캅을 입는 여성은 30명이 고작인데, 이를 탄압하는 법 제정은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만 확산시킬 수 있다는 반발도 적지 않다. 스위스 인구 860만명 중 이슬람교도는 약 5%로 대부분 터키, 보스니아, 코소보 출신이다. 정부와 의회도 신원 확인 요청 시 안면 가리개를 벗도록 하는 대체 입법을 제안했다.

이번 국민투표는 다른 유럽 국가에서 유사 금지조치가 있은 후 수년간의 논쟁 끝에 나온 것이다. 스위스에서는 10만명의 서명을 받으면 어떤 주제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2011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네덜란드, 덴마크,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이 얼굴 전체를 가리는 복장을 전면 또는 일부 금지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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