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뛰는데 성장은 느릿... '스태그플레이션' 전조인가

입력
2021.03.07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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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치솟는 밥상 물가 속에 내수 침체가 길어지면서, 저성장과 고물가가 고착화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발생 가능성이 제기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7일 '새로운 불안 요인,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 보고서에서 "최근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기불황(stagnation)'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경기 침체 속 물가만 뛰는 상황을 일컫는다. 대표적으로 외환위기 직후 경제성장률이 4분기 내 마이너스인 가운데, 실업률(5~8%)과 물가상승률(6~10%)이 치솟아 고통을 겪은 바 있다.

최근 상황은 외환위기 당시보다 훨씬 낫지만, 흐름은 비슷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작년 2분기 이후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3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인데, 실업률(올해 1월 5.7%)과 청년실업률(올해 1월 9.5%)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반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전과 비교해 1.1% 높아져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소비자 체감도가 높은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가 16.2%로 크게 높아졌다. 지난달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0%에서 1.3%로 올려잡기도 했다.

여기에 배럴당 66달러를 넘은 국제유가(5일 서부 텍사스산 원유 기준)와 7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곡물가격지수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도 향후 물가를 끌어올릴 요인들이다.

보고서는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다만 아직 인플레이션율이 1%대로 낮은데다, 백신 접종 시작으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은 만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일시적일 것으로 보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현재의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경기침체 상황에 대응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다른 한 축인 인플레이션을 집중 관리해야 한다"며 "특히 풍수해나 가뭄, 조류독감(AI) 등의 자연적 요인으로 서민들의 체감 물가가 급격하게 오르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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