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7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조사를 위한 정부의 합동조사단 구성에 대해 "검찰과 감사원이 빠진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있겠느냐"고 직격했다. 주요 이슈마다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웠던 검찰과 감사원을 배제한 조사가 진행될 경우 의혹 규명이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다는 의구심에서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LH 사태의 진상(眞相)조사를 요구했는데 정권에 바치는 진상(進上)조사를 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 3일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경찰 등이 참여하는 합동조사단을 꾸렸다. 수사지휘권이 폐지된 검찰은 물론 감사원도 제외됐다. 과거 1, 2기 신도시 조성 당시 공무원들의 투기·유착 의혹을 검찰이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해 대대적 수사를 벌였던 사례와 대비된다.
정부의 자체 조사에 대해 국민의힘은 '공정한 조사'가 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만약 고위 공직자나 정권 실세가 관여된 권력형 비리 정황이 포착돼도 검찰과 같은 강제 수사권이 없다면 '셀프 조사'의 벽에 부딪혀 비리가 무마될 수 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이번 사안은 폭발성이 크다는 점에서 야당은 주목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라지니 도둑놈들 마을에 평화가 온 게 아니냐"며 여권의 '검찰 힘 빼기'가 권력형 비리 수사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권은 검찰과 감사원을 정치적 목적으로 배제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4일 '셀프 조사' 논란에 대해 "수사기관에 의뢰하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 문제를 가지고 오랜 시간을 끌며 상황을 파악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총리실은 검찰이나 감사원을 배제한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검찰은 수사권이 없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민주당이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통과시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6대 중요범죄로 축소시켰기 때문이다. 검찰 출신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는 6대 중요범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검찰이 나서지 못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김은혜 의원은 "셀프 조사 기간 동안 투기 주범들의 증거 인멸이 이뤄질 수도 있다"며 "정부는 수사 주체를 검찰과 감사원으로 이관하고, 민주당은 국토위 긴급 상임위 개최와 국정조사를 수용해 열린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