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받았다고 긴장 풀었나...'1가구1인 검사' 포항서 확진자 속출

입력
2021.03.07 14:39
강제검사 한 달만에 교회발 줄줄이 확진
성직자들 방역수칙 위반 잇따라 드러나
시장도 접촉자와 음료수 마셨다 긴급검사
포항시 "긴장감 약화...마스크 착용" 당부

경북 포항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며 행정명령을 통해 1가구 1명 이상 검사를 실시했지만 한 달도 되지 않아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전국 최고 수준의 검사를 '통과'했다는 사실에 대한 긴장 이완과 방역수칙 소홀이 감염을 확산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항시장도 마스크를 내리고 대화를 나누다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등 구설에 올랐다.

7일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효자교회 성직자 1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된 후 다음날 4명, 이달 2일 1명 3일 2명 5일 6명 6일 2명 등 1주일 내 15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중 절반은 효자교회 관련 확진자다.

확진자들은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과정에서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효자교회 관련 확진자 1명은 지난달 18일 포항 남구지역 교회 관계자 9명과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이들 성직자 10명은 2, 3명씩 테이블 쪼개기 식사를 하는 꼼수까지 부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모임에 참석해 밀접접촉자로 파악됐다가 추가 확진된 다른 교회 성직자 1명은 지난달 24일 구룡포읍 한 교회에서 성직자 34명과 다른 모임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방역당국에 "공식적인 회의라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방역수칙을 어긴 게 아니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급기야 이강덕 포항시장도 모임에 참석한 성직자와 동선이 겹쳐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받았다. 그는 밀접접촉자로 파악된 포항지역 교회 성직자 1명과 지난달 26일쯤 마스크를 벗고 함께 음료수를 마시며 대화를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장은 지난 28일 오전 차량에 탄 채로 검사를 받는 검체 검사를 받았고, 음성으로 나오자 계획된 일정을 소화했다.

시장이 코로나 검사를 받은 사실을 알게 된 포항시청 직원들은 "무리하게 1가구 1인 강제검사를 추진해 직원들을 고생시키더니 시장 스스로 방역에 소홀했다"면서 "외부에 알려질까 일부러 드라이브스루로 몰래 검사를 받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포항시 관계자는 "(이 시장은) 밀접접촉자와 잠시 접촉해 검사 대상자가 아니었다"며 "시민 안전을 위해 자진해 검사받은 것이지 몰래 받은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포항시의 1가구 1인 강제검사 후 한 달도 되지 않아 다시 확진자가 속출하자, 오히려 방역에 소홀하게 되는 역효과를 낳았다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한 포항시의원은 "검사 당시에도 음성 판정을 받으면 당장의 결과에 안심하고 방역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포항시도 지난 1일 코로나19 현황 브리핑을 통해 "1세대 1명 전수검사 후 확진자가 줄면서 방역수칙에 대한 긴장감이 많이 약화됐고, 결국 소규모 감염사례로 나타났다"며 "
"지인 간 모임에도 대화 시 마스크를 꼭 착용하는 등 방역수칙을 반드시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포항= 김정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