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사 대웅전 방화 승려 "서운해서  불 질렀다" 진술

입력
2021.03.06 15:19
술 취해 불 내고 자진신고까지 
경찰, 방화혐의 구속영장 예정

전북 정읍시 내장산 내장사 대웅전 화재 피의자 승려 A(53)씨는 동료들에게 서운한 생각이 들어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불을 내고 자신이 직접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6일 정읍경찰서 등에 따르면 A씨는 방화 직후인 지난 5일 오후 6시35분쯤 자신이 직접 112에 전화를 걸어 "내가 불을 질렀다"고 신고했다. 신고 후엔 현장에 그대로 있다가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됐다.

체포 당시 A씨는 술을 마신 상태였으며, 사찰에 보관 중이던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생활하면서 서운한 게 쌓여 술을 마시고 우발적으로 불을 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약 3개월전부터 불국사에서 내장사로 거쳐를 옮겨 수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A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번 불로 내장사 대웅전 165㎡가 모두 불에 타 소방 추산 17억 8,000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불은 다른 건물이나 산으로 옮겨 붙지 않았고 인명 피해도 없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이날 내장사 화재사건과 관련해 유감의 뜻을 표했다. 조계종은 입장문을 통해 "9년 전 대웅전 화재로 인한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사건이 발생했다"며 "국민과 사대부중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특히 "종단 소속 승려가 대웅전에 고의로 불을 지른 행위는 그 무엇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으며 출가수행자로서 최소한의 도의마저 저버린 행위"라며 "종헌과 종법에서 정한 최고수위의 징계가 이뤄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계종 제24교구 본사인 선운사도 이날 주지 경우스님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종단과 긴밀히 협조해 방화사건이 발생한 구체적인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하겠다"며 "사찰의 유지 관리 등에 대한 긴급 점검을 통해 다시는 이와 같은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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