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도시 살인사건… 누가 ‘여적여’를 말하는가

입력
2021.03.06 10:20
왓챠 드라마 '빅 리틀 라이즈' 시즌1,2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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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키드먼과 리즈 위더스푼, 로라 던이 출연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셰일린 우들리와 조 크라비츠,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애덤 스콧도 등장한다. 이름까진 몰라도 대중에 낯이 많이 익은 배우들이다. 시즌2에선 명배우 중의 명배우 메릴 스트리프가 합류한다. 출연진만으로도 눈이 호강한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게 없다는데, 이 드라마는 알차고 알차다.

연출자 이름만으로 믿음이 간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2013)과 ‘와일드’(2014)로 실력을 뽐냈던 장 마크 발레 감독이 시즌1의 메가폰을 잡았다. 시즌2 역시 실력자가 연기와 촬영 등을 조율했다. ‘아메리칸 하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2017) 등으로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만 세 차례 수상한 안드레아 아놀드가 연출자로 나섰다. ‘빅 리틀 라이즈’는 초호화라는 수식이 아깝지 않은 드라마다.


①평화로운 소도시엔 비밀이 있다

공간적 배경은 미국 캘리포리아주 중부 해변 도시 몬테레이다.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곳으로 인구는 3만명이 채 안 된다. 거주자 대부분은 중산층 이상이다. 자연을 즐기며 한가롭게 아이 교육에 집중하려는 사람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매들린(리즈 위더스푼)과 셀레스트(니콜 키드먼), 레나타(로라 던), 제인(셰일린 우들리), 보니(조 크라비츠) 등 다섯 여인이 화면 중심에 선다. 이들은 각기 다른 사회적 배경과 경제력을 지녔다. 공통점은 아이들이 같은 초등학교에 다닌다는 것, 감추고 싶은 사생활이 있다는 점이다.

매들린은 재혼으로 만족스러운 결혼 생활을 하고 있으나 불장난을 즐기고 있기도 하다. 전 남편과 결혼한 보니와는 각을 세우고 산다. 셀레스트는 경제력 있고, 다정다감한 남편 페리(알렉산더 스카스가드)와 풍족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남편의 의처증에 시달리고 있다. 백만장자인 데다 잡지사에서 인터뷰를 요청할 정도로 유명인인 레나타는 가장 완벽한 삶을 사는 듯하지만 모두가 그렇듯 예기치 않은 인생 반전을 맞는다. 제인은 암담한 처지다. 도망치듯 막 이사온 그는 아이와 단둘이 살며 일자리를 찾는다.



②시기하고 질투하는 여인들

‘빅 리틀 라이즈’의 여인들은 교육열이 강하다. 자식들에 대한 사랑의 반영이지만 자존심이 깃들어 있기도 하다. 아이가 학교에서 작은 불이익을 당해도 가만 있지 않는다. 엇비슷한 환경의 여인들끼리 연락을 주고 받으며 대책을 마련하고, 자신들과 처지가 다른 여인들과 전선을 형성한다. 레나타가 아이 생일 파티에서 돈의 위력을 발휘하면 모두가 부러워하면서 시기한다. 매들린은 그런 레나타와 대립한다. 돈을 앞세워 동네를 좌지우지하는 천박한 인물이라는 논리를 대지만 실은 질투에서 비롯된 반감이다.

적극적으로 사회 활동을 하는 매들린은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셀레스트와 제인을 포섭해 학부모 여론을 주도하려 한다. 레나타는 이런 매들린에 반격을 모색한다.



③여자의 적은 여자가 아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불화와 반목이 여자들의 본성처럼 여겨질 만하다. 드라마가 여자를 연대할 줄 모르고 질투와 시기만 하는 존재로 묘사한다 할 수 있다. 과연 그럴까.

드라마는 시즌1 후반부에서 깜짝 반전을 품고 있다. 갑작스레 벌어진 살인사건을 통해 여성은 대립하다가도 서로를 도와야 할 상황이 닥치면 일사불란하게 연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여성에 대해 잘못된 통념에 통렬한 펀치를 날리는 격이다.

여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서 그런지 시즌2는 시즌1보다 한 발 더 나아간다. 시즌1이 폭력적인 가부장에 대한 여성들의 연대와 복수를 그렸다면, 시즌2는 가부장제에 젖은 여성에 맞서는 여성들의 협력을 다룬다. 여성들이 힘을 모아 대적하는 대상이 사람에서 인습으로 바뀐다.

※권장지수: ★★★☆(★ 5개 만점, ☆은 반개)

막장 요소가 다분한데 품격이 있는 드라마다. 사랑이 있고, 서스펜스가 있으며, 메시지가 있다. 여러 미덕을 지닌 흔치 않은 드라마다. 배우들 연기만으로 눈이 즐거워지기도 한다. 인물의 감정을 적합하게 전달하는 음악도 좋다. 태평양 해안가의 아름다운 풍광을 눈요기거리로 곁들이기도 한다. 이보다 보는 재미가 쏠쏠한 드라마는 드물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89%, 관객 90%

라제기 영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