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달군 '밴드 공연=칠순잔치' 발언...마포구청 "오해"

입력
2021.03.06 18:00
'공연 도중 중단' 사건으로 불만 쌓인 가운데
구청 관계자의 '칠순잔치' 발언에 음악가들 비판
마포구 "일반 음식점서 공연 안된다는 설명한 것"


"지금까지 내가 본 공연이 칠순잔치였단 말인가."

'마포구청 직원이 밴드 공연을 칠순 잔치와 동격으로 취급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음악가와 팬들이 일제히 분노했다.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곳곳에 이를 인용해 가며 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방역 조치로 대중음악 공연이 사라진 상황에서 큰 파장을 낳았다.

그런데 마포구청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지난달 27일 마포구 서교동 일대에 있는 라이브클럽 '네스트나다'와 '클럽 FF' 등의 공연이 진행 도중 구청 관계자의 단속으로 중단됐다. 이 단속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라이브 클럽이 법적으로 공연을 해서는 안되는 '일반음식점'이기 때문이다.

이들 라이브클럽은 공연을 하기 위한 무대를 제공하고 있기는 하지만 방역 수칙으로는 세종문화회관 같은 90인 이상의 좌석이 있는 실제 공연장과 달리, 아예 공연이 불가능한 상태다.

다만 실제 라이브클럽은 춤을 추기 위한 '댄스클럽'이나 '포차' 등 주점과는 다른 '공연장'의 성격이 강하다. 대관이나 기획 공연 등의 형식으로 인디 밴드와 음악가들이 소규모 공연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해 왔다. 이 때문에 공연에 목마른 대중 음악계 입장에서는 구청 측 조치에 대해서 불만이 커졌다.

이 논란은 5일 갑자기 커졌다. 가수 호란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 언론이 전한 '마포구청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한 뒤 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구청 관계자는 "세종문화회관 같은 곳이 공연장이고 일반음식점에서 하는 칠순잔치 같은 건 코로나19 전에야 그냥 넘어갔던 거지, 코로나19 이후에는 당연히 안 되는 것 아니겠냐"고 발언했다.

호란은 이 발언을 옮긴 뒤 "오만하고 오만하고 또 오만하다"며 "조치의 형평성에 대한 논의는 미뤄두고라도, 열정과 헌신과 사명감으로 이 힘든 시기에도 방역 지침을 지키면서 어렵게 음악의 터전을 지켜가고 있는 라이브 클럽들에 대해 저런 표현을 한다는 것에 분노할 가치조차 못 느끼겠다"고 밝혔다.

다른 아티스트들도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싱어송라이터 오지은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마포구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공식적인 질문에 저렇게 대답했다는 게 굉장히 놀랍고 화가 난다"고 했다. 밴드 '언니네이발관'을 거쳐 '나이트오프'로 활동하고 있는 기타리스트 이능룡은 "두 눈을 의심했다"며 "마포구청은 홍대 인디 밴드 씬을 보호해야 할 책무와 빚이 있다"고 했다.

마포구청 측은 해당 발언이 맥락상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밝혔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5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칠순잔치 발언은) 방역 수칙과 관련해 감염법에 나온 공연장과 음식점의 정의, 그리고 무엇이 가능하고 가능하지 않은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설명"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해당 업장들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있고, (평소에는) 법에 따라 무대 설치와 공연이 가능하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일반 음식점에서 밴드 공연을 포함해 모든 종류의 공연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청 관계자는 "밴드 공연을 칠순 잔치에 빗댔다거나, 동격으로 생각하고 발언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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