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의 88%가 비만율이 높은 국가에서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성인 절반 이상이 과체중인 국가의 코로나19 사망률은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무려 10배나 높았다. 보건전문가들은 비만도 기저질환에 포함시켜 백신 접종 우선순위를 정할 때 고려 요인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세계비만연맹(WOF)은 4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사망률과 비만율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내용을 보면 지난해 코로나19로 숨진 250만명 중 220만명(88%)이 미국과 영국, 이탈리아 등 성인 인구의 과반이 과체중인 나라에서 나왔다. WOF는 체질량지수(BMI)가 25를 넘으면 ‘과체중’, 30 이상이면 ‘비만’으로 분류한다. 대표 국가가 미국이다. 지금까지 세계 최다 사망자(약 52만명)를 낸 미국은 성인 3명 중 2명(2016년 기준 67.9%)이 과체중인 ‘비만 국가’다. 3번째로 사망자가 많은 영국도 과체중 비율이 63.7%에 달한다.
반대로 비만율이 낮은 국가는 코로나19 사망률도 현저히 낮았다. 연구를 이끈 팀 롭스타인 호주 시드니대 교수는 한국과 일본을 사례로 제시하면서 “두 나라는 국민 체중 관리를 포함, 다양한 조치를 활용해 공중보건 우선 순위를 정했고 그것이 대유행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분석했다. 한국 성인의 과체중 비율은 30.3%, 비만은 4.7% 수준이다. 일본은 각각 27.2%, 4.3%로 우리나라보다 다소 낮다.
체중은 코로나19 증상을 악화시키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영국 통계에 따르면 비만인 코로나19 환자가 집중 치료를 받을 확률은 일반 환자보다 3배나 높았다. 이 밖에 코로나19 증상 심각도와 체중 사이의 상관관계는 인종적 불평등과도 연관돼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흑인ㆍ히스패닉 성인의 비만 유병률이 백인보다 높고, 코로나19로 사망할 가능성 역시 크다는 게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견해다.
보고서는 노령 입원 다음으로 체중 증가를 코로나19 사망 위험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변수로 결론 내렸다. WOF 회장인 존 와일딩 영국 리버풀대 의대 교수는 “각국 정부가 백신 예방접종 우선 순위 계획을 세울 때 당뇨ㆍ심혈관질환과 마찬가지로 비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